기사 메일전송
K바이오 기술수출, 벌써 '10조원' 넘었다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6-10 20:38:30

기사수정
  • 미국 벤처캐피털(VC)... K바이오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 방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올 들어 잇달아 기술 수출에 성공하며 누적 계약 실적 1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뿐만 아니라 뷰티기업까지 K바이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 수출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기술 수출한 실적은 공개 금액 기준으로 총 10조2941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7조5386억원)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2021년 사상 최고 기록(14조516억원)을 넘본다. 한국계 미국 벤처캐피털인 솔라스타벤처스의 윤동민 대표는 “중국이나 일본 대신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사가 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술력과 임상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아리바이오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르세라와 최대 8130억원 규모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올릭스는 전날 프랑스 뷰티기업 로레알과 공동 연구 형태의 모발 화장품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兆) 단위 계약도 줄을 이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4조1000억원 규모의 신약 플랫폼 기술을 이전했다. 알테오젠은 3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최대 1조96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기술 수출 실적에 힘입어 추가로 기술 수출 성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뷰티기업, 투자사들이 돈 보따리를 싸든 채 K바이오를 찾고 있다. 한국이 바이오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고 우수한 임상 환경 등을 인정받아 글로벌 협업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중국, 일본에 비해 덜 주목받은 한국이 아시아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인캐피탈, 디어필드, 아치벤처스, 솔라스타벤처스(아주IB투자 미국 법인) 등 미국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K바이오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조셉 정 아치벤처스 벤처파트너는 “미국과 유럽에서 수백 년간 축적한 기술을 한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기술력 있는 한국 바이오 및 의료기기 관련 기업과 협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VC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동민 솔라스타벤처스 대표는 “중국이 한국보다 바이오 기술 이전이 많지만 중국의 기술 이전 100건보다 한국에서 이뤄진 두 건이 더 승률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솔라스타벤처스는 단순 투자를 넘어 직접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에도 참여하는 ‘뉴 코크리에이션(New Co-creation)’ 방식으로 K바이오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행사에 참석한 노엘 지 노보홀딩스 파트너는 “4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두는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미국 VC는 한국에서 전반적인 바이오 분야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에번 그리프 베인캐피탈 파트너는 “종양, 면역질환, 희소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투자 대상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머크(MSD)의 야시로 고지 아시아 사업개발(BD) 총괄은 지난달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약사들이 지닌 존재감이 뚜렷하다”며 “한국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창의적 역량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K바이오 기술을 뷰티산업에 접목하려는 글로벌 기업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로레알은 세계 100여 개 바이오벤처 기업과의 협업을 검토하다 이달 올릭스와의 공동 연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K바이오의 강점은 ‘플랫폼 기술’에 있다. 윤 대표는 “한국에는 약물 전달체나 장기지속형 등 플랫폼 기술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단일 신약 후보물질이 아니라 여러 약물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4조1000억원가량에 기술이전한 플랫폼 ‘그랩바디-B’는 약물이 뇌 안쪽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뇌혈관장벽(BBB)에 침투하도록 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굉장히 이례적으로 올해 글로벌 제약사에 네 건의 기술을 연달아 이전했다”며 “이 중 두 건은 신규 거래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사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RNA 치료제는 소분자, 항체보다 불안정성이 높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국내 개발사의 기술력과 임상 수준이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지노믹스는 5월 미국 일라이릴리와 최대 1조9000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유전성 난청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RNA를 편집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

K바이오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알버트 한국MSD 대표는 “한국은 혁신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르다”면서도 “일본 다케다제약 등과 같은 글로벌 빅파마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기반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2. 【기자수첩】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제천문화원 사태, 제천시는 무엇을 했나 보조금은 ‘지원금’이 아니다.혈세다. 그리고 그 혈세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최근 제천문화원과 관련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내부 제보 내용은 단순한 회계 미숙이나 행정 착오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조금 집행 이후 카드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의혹, 회의참석 수당과 행사 인건비가 특정 인...
  3.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4. “We Serve” 실천 60년…울산라이온스클럽이 미래 100년을 향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울산라이온스클럽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6시 30분, 울산 보람컨벤션 3층에서 울산라이온스클럽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사회 인사뿐 아니라 울산 무궁화라이온스클럽을 포함한 30개 라이온스클럽의 회장단과 라이온들이 참석해 울산라이온스클럽의 60년 역사를 함께 축...
  5. [신간소개]악마의 코드넘버 새디즘 신은 나를 버렸으나, 나는 12미터의 종이 위에 나만의 신을 창조했다." 18세기 가장 위험한 작가, 마르키 드 사드의 충격적 실화 바탕 팩션! '사디즘(Sadism)'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남자, 마르키 드 사드 백작. 그는 왜 평생을 감옥에 갇혀야 했으며, 잉크가 마르자 자신의 피를 뽑아 글을 써야만 했을까? 전작 《지명의 숨겨진 코드》...
  6. “염화칼슘에 가로수가 죽어간다”… 제천시,친환경 제설제 782톤’ 긴급 추가 확보 충북 제천시가 겨울철마다 반복돼 온 염화칼슘 과다 살포로 인한 도심 가로수 피해 논란 속에, 뒤늦게 친환경 제설제 782t을 추가 확보했다.환경 단체와 시의회의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가 올해 겨울철 제설 정책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지난 9월 19일 열린 ‘제설제 과다 살포에 따른 가로수 피해 실태 간담회’에서는 “인도 ...
  7.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