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석열 재판, “문짝 부숴서라도 다 끄집어내!”···특전사 지휘관 통화 재판장서 재생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5-26 20:36:10

기사수정


육군 특수전사령부 지휘관이 12·3 불법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라” “대통령님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지휘관이 “문짝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부하들에게 그대로 전달한 통화녹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다섯 번째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준장은 불법계엄 당일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 내 계엄군을 지휘했다. 검찰은 계엄 당일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명령이 ‘윤 전 대통령→곽 전 사령관→이 준장→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 순으로 전달됐다고 의심한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이 선포된 직후 이 준장에게 전화를 걸어 “1개 대대를 국회의사당으로, 1개 대대는 국회의원회관으로 보내서 건물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이 준장은 이때까지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 벌어졌던 의회 폭동처럼 민간인들이 국회에 들어와 소요사태가 벌어진 상황으로 인식했다”며 ‘인원’이 국회의원을 말하는 건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 그는 함께 국회로 출동하던 특전사 2특전대대장에게도 “민간인들을 전부 회관 밖으로 퇴장시키는 게 우리의 임무야. 세부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내가 (국회에) 먼저 도착해서 알려줄게”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국회에 도착하자 곽 전 사령관의 명령은 “의원들을 의사당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의 지시가 계속되자 이 준장도 함께 출동한 2대대장에게 “의사당 본관으로 가. 얘들이 문 걸어 잠그고 (계엄 해제) 의결하는 모양이야. 문짝 부숴서라도 의원들 끄집어내”라고 전달했다. 당시 음성은 이날 법정에서 그대로 재생됐다.

이 준장은 10여분만에 지시 내용이 달라진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지시가) 조금씩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진행했던 것 같다”면서 상관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시를 그대로 따르던 이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여러 번 언급되는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이 준장은 “사령관님이 ‘대통령님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오라고 했다’며 2~3초간 뜸을 들이시더니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는 말씀을 했다”며 “‘대통령님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한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 준장은 “일반적 군사작전을 할 때는 상급 지휘관이 지시하지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데 대통령님이라는 워딩(자구)이 나와서 상황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며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니 이게 정상적인 군사작전이 아니구나 인식하게 됐고,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가 끝나고 철수 조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눈을 감은 채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6·3 대선이 열리기 전 마지막 법정 출석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국민께 하실 말씀이 있느냐’ ‘부정선거 영화는 왜 보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