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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투자자 떠나는 K증시...코스피∙코스닥 '고령화 증시'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4-12 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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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등 한국 증권시장에서 젊은층의 감소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 미국 등 강세를 보이는 해외 증시나 암호화폐와 같은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는 영향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연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각각 14.9%와 20.9%였던 국내 증시의 20대와 30대 투자자 비율은 2022년 12.7%와 19.9%, 2023년 11%와 19.4%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역대 최저인 9.8%와 18.8%를 기록했다. 이들이 가진 주식 수로 봐도 감소세가 명확하다. 2020년 9.9%였던 30대의 소유주식 비중은 지난해 7%까지 주저앉았다. 20대는 2020년 2.2%에서 지난해 1.6%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40대마저 줄면서 한국 증시가 더 ‘고령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줄곧 40대 투자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50대로 바뀌었다. 2021년 23%였던 40대 투자자가 지난해 22.1%로 감소하면서다. 반면 50대는 22.4%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50대 이상이 전체 주식의 70.9%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체가 고령화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 증시가 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윤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층이 계속해서 대체 투자처로 빠져나가면 주식 거래 빈도가 줄면서 유동성이 나빠지는 등 전반적으로 증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도 2030이 48% 달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시장은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다. 암호화폐만 해도 투자자의 47.8%가 20대와 30대(금융위원회 조사)인데, 지난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거래액은 2515조735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 개인 투자자 거래액 3404조5961억원의 73.89%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주식시장의 개인 자금을 잠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자사의 해외 주식 보유자(70만 명)를 분석한 결과 30~40대가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반면 ‘코스피200’ 보유자 207만 명 가운데 30대는 13%에 그쳤다. 57%가 50대 이상이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 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 주로 90%가량 뛰었고, 지난해에는 39% 증가한 1564억1900만 주에 달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순매수액은 109억2715만 달러(약 16조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예탁결제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던 지난달 순매수액은 38억7327만 달러(약 5조6991억원)로, 월간 기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얼죽미’(얼어 죽어도 미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젊은층이 이처럼 암호화폐나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데는 무엇보다 수익률 영향이 크다.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게걸음을 지속했지만 미국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2023년에만 53%가량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24.88% 올랐다. 실제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자사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증시 투자자의 72%가 이익을 거둔 반면, 국내 증시 투자자 중 수익을 낸 비율은 48%에 그쳤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한 해에만 163.8% 상승했다. 해외에서는 10만8249달러까지 치솟았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비트코인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지난해 이더리움(70.3%)·리플(293.2%)과 같은 이른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도 가파르게 올랐다. 암호화폐는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데다 주식처럼 종목을 분석할 필요도 없고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등 주주환원 정책이 미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7일 펴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평균 27.2%로 주요 16개국 중 꼴찌였다. 영국(137.4%)·이탈리아(116.4%)에 비하면 4~5배 차이가 났다. 기업은 번 돈을 배당도, 투자도 하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반 법인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2801조원에 이른다.

작년 투자자 수익률, 미 72% 국내 48%
한국 증시의 상품 다양성 부족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령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고속성장했지만, ETF 운용사 간 상품 베끼기와 유사 상품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K운용이 내놓은 양자컴퓨팅 테마형 ETF가 인기를 끌자 올해 들어 주요 운용사가 비슷한 ETF를 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운용사 간 베끼기가 근절되지 않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코스닥 고령화로 유동성 부족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50대 이상은 20~30대보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안정적인 성장주 위주로 장기 투자가 많은 편이어서 거래 빈도가 낮아 증시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 등 여러 요소가 겹쳐 있지만, 이미 코스피·코스닥은 유동성이 줄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초 하루평균 22조~23조원에 육박하던 주식 거래대금은 하반기 18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8조3630억원에 그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층이 빠져나가는 시장을 좋은 시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밸류업 불씨를 다시 살리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일반 주주 보호,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시에서의 젊은층 이탈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증시 자체가 수익률에 따른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나 암호화폐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젊은층이 그리로 눈을 돌린 건 당연한 결과”라며 “한국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한다면 젊은층도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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