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美·우크라 정상회담 파행 속 조기 종료... 광물협정 결렬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3-01 21:08:33

기사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8일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났지만, 카메라 앞에서 설전을 벌이며 회담이 조기 종료됐다. 


트럼프는 “열기와 압박 속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젤렌스키는 백악관에서 미국을 무시했다.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면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예정보다 일찍 백악관을 떠나야 했고, 오후 예정됐던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공동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양국이 합의에 도달한 광물 협정도 서명하지 못해 결렬됐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에 재앙이 덮쳤다”고 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이날 공개된 약 50분 회담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위태로운 장면이 회담 중간중간 자주 연출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지원을 한 것에 문제의식이 큰 트럼프는 “우리 원조에 감사를 표시한 적이 있냐”며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 표현하며 “양보해선 안 된다”라 말한 젤렌스키를 향해 “당신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 “우리가 뭘 느낄지 이래라저래라 지시할 입장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회담에 배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외람되지만 백악관에 들어와 미국 언론 앞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냐”라고 비판했다. 밴스는 젤렌스키가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州)를 방문한 것을 문제 삼으며 “반대편을 위해 유세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미국은 처음부터 우리 편이었고 트럼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푸틴에 대해 “그들은 우리 땅을 쳐들어왔고 전쟁을 시작했으며 그들은 이를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 땅에 대해 살인자에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종전 협상 후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푸틴과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終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는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다시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작다” “정말로 흥분되는 순간은 총격을 멈추고 (평화) 협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며 다른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회담 막판에는 “당신이 하는 짓은 이 나라에 무례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당신(젤렌스키)은 이길 수 없다. 미국 덕에 우크라이나가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어 젤렌스키가 ”우리는 고맙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혼자였다“고 항변하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는 혼자인 적 없었다. 멍청한(stupid) 대통령(바이든)을 통해 우리가 3500억달러를 주지 않았나“라고도 했다.


결국 이날 회담은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로이터는 “젤렌스키가 트럼프와의 ‘대결적’인 회담 이후 백악관을 일찍 떠났다”고 했고, 오후 예정됐던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공동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이날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광물 협정’ 서명식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 역시 불발됐다. 트럼프는 회담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면서도 “나는 젤렌스키가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본다. 백악관에서 미국에 대해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했다. 트럼프 재집권 후 처음 이뤄진 미·우크라 정상회담이 파행을 겪으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종전 협상에 더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뒤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와 밴스는 미국 국민, 세계에서 미국의 위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항상 일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원한다’는 갤럽 여론조사, 젤렌스키 측근이 “젤렌스키가 자신을 속이고 있고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2023년 타임지 기사 등을 언급하며 종전과 평화 협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버센트 재무장관 등도 소셜미디어에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젤렌스키는 “지원에 대해 미국 대통령과 의회, 미국 국민에게 감사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아날로그 인지학습교구(생각정원) 선두기업 “ ㈜생각나게 ” [뉴스21 통신=배석문 ]아날로그 인지학습교구(생각정원) 선두기업 “ ㈜생각나게 ”유아부터 노인 등 전 세대활용 및 100세시대 치매예방 및 치유도움 적극 기여세계유일 특허품(G2B/S2B등록)으로 국내 및 세계시장 보급착수㈜생각나게 대표이사 채덕규 1. 회사의 사훈 및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정직한 마음 올바른 생각을 선도하는...
  2. 삼성전자 목표주가 15만원으로 상향...“실적 모멘텀 2026년까지 이어진다”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잇따라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2026년까지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31일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5만원으...
  3. 제천 S목욕탕 여탕 냉탕서도 ‘인분’…남탕 이어 위생 논란 확산 충북 제천의 한 목욕탕 입구에서 대변을 본 혐의로 40대 남성이 입건된 가운데,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목욕탕에서도 인분이 반복적으로 발견돼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제천시 청전동의 S 목욕탕을 이용 중인 A(여) 씨는 “최근 냉탕에서 인분이 떠다니는 일이 잇따랐다”며 “지금까지 8차례나 이런 일이 있었지만, 누가 그런 짓을 ...
  4. 제천시, 11월 3일부터 자체 경제활력지원금 지급 시작 충북 제천시가 지역 내 소비 촉진과 경기 회복을 위해 ‘제천시 자체 경제활력 지원금’을 오는 11월 3일부터 지급한다.지원금은 제천시민 1인당 20만 원,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은 30만 원이 지급된다.지급대상은 10월 10일 기준 제천시에 주민등록이 있는 시민, 그리고 제천에 체류 중인 결.
  5. 몸속의 불멸 코드 — 2025 노벨의학상이 밝힌 '면역의 오해' [뉴스21 통신=홍판곤 ]2025년 10월 6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포럼에서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리 E. 브룬코우, 프레드릭 J. 램스델, 시키몬 사카구치 세 명을 선정했다. 그들이 밝혀낸 것은 우리 몸속의 '면역 브레이크', 즉 조절 T세포였다. 면역은 단순히 싸우는 기능이 아니라, 싸움을 멈출 줄 아는 지혜를 ...
  6. 파주시, ‘제7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 11월 1일 개최 파주시는 오는 11월 1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운정호수공원 일원에서 ‘제7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를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올해 불꽃축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며, 오후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7시 35분 ‘불꽃쇼’와 ‘불빛정원’이 이어 진행될 예정이다.파주시는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
  7. 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정상회담…고급 바둑판∙자개 쟁반 선물 [뉴스21 통신=추현욱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시작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정상회담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 앞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맞이했다. 두 정상은 웃으며 악수한 뒤 건물 안으로 함께 들어섰다. 이날 양 정상은 동일한 남색.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