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형식 재판관, 탄핵심판의 변수 되나...송곳 질문으로 사건 실체 파고들어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2-08 15:50:17

기사수정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주심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송곳 질문’이 주목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가담자인 증인들에게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을 하며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정 재판관은 6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상대로 약 6분간 질문을 쏟아냈다. 곽 전 사령관이 계엄이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4일 0시 30분쯤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고 정확히 무슨 말을 들었는지를 캐물었다. 끌어내라는 대상이 의원인지, ‘요원(군인)’인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직후부터 야당 의원 유튜브,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 등에 출석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이날 재판에서도 “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게 확실하냐”는 국회 측 질문에 “정확히 맞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 재판관은 “처음에는 사람이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의원이라고 하고, 데리고 나오라고 말했다가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한다. 증언이 혼재돼 있다”며 “생각과 해석을 빼고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말하라”고 지적했다. 곽 전 사령관이 “자수서에 그렇게 (국회의원이라고) 안 썼다”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재차 “들은 이야기를 묻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말은 안 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했다. 결국 ‘의원’을 ‘인원’으로 정정한 것이다.

정 재판관은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 4일에는 홍 전 차장이 작성했다는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에 대해 집요하게 검증했다. 이 메모에는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와 ‘검거 요청(위치 추적)’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정 재판관은 대심판정 스크린에 메모를 띄운 뒤, ‘검거 요청’이라고 적은 이유를 물었다.

정 재판관은 “메모에는 위치 추적보다 검거를 요청한 것에 더 주안점을 뒀는데, 검거해 달라고 여 전 사령관이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이미 검거하러 나가 있는데…”라며 “국정원에 (정치인 등을) 체포할 인원이나 여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은 “체포 권한은 없지만, 지원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 재판관은 “(요청이 아닌)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또 홍 전 차장의 다른 메모 내용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정확하게 기재 못 해 죄송하다”고 했다.

정 재판관은 지난달 23일 탄핵심판의 첫 증인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게 “포고령 위반 위험이 높은 사람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체포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한다”며 “그 말이 왜 체포로 바뀌었느냐.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동정을 확인하다 보면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어 예방 차원에서 차단해야 할 것”이라며 “최초부터 혐의도 없는데… 어느 정도 지나야 체포조가 운영되니까…”라며 우물쭈물했다.

한편, 김형두 재판관은 증인들의 증언을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사실상 답변을 거부하자, 김 재판관은 “지시를 따랐는데 기소돼 굉장히 억울하겠다” “증인이 잘못했다고 따지려는 게 아니다”라며 설득했다.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나머지 재판관 6명은 상대적으로 질문보다는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