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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후 남북한이 모두 러-우 전쟁에 깊숙이 개입
  • 장은숙
  • 등록 2025-01-10 1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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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부차(Bucha/ 우크라이나어로 Буча)는 개전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장 신속하게 점령한 도시 중 하나다.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가는 길목인데 러시아군은 여기서 주민을 천 명 넘게 학살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학살이 이뤄진 부차를 찾은 취재진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태극기였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도록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나라들의 국기들과 나란히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게양된 국기들에서 알 수 있듯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이란은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각각 지지하는 또 다른 당사자는 한반도의 남과 북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한국 정부는 2022년 1억 달러, 2023년 5천만 달러, 2024년에 3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했다. 올해부터는 향후 5년간 우리 기업이 우크라이나 인프라 및 산업 시설 재건에 기여할 수 있도록 20억 달러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23년, 서방의 군사 지원이 약화된 가운데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포탄이 부족해지자 한국은 미국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포탄이 떨어진 나라에 부족분을 지원하는 방식이지만 이 전쟁에 한 발 더 깊이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지난해 북한군 파병 소식과 함께 대통령은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살상 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발언에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크라이나를 인도적 또는 간접 지원하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포탄 및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2024년 6월, 평양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면서 북한의 러시아 지원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국정원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컨테이너 1만 3,000여 개 분량의 군수물자가 수송되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지원된 포탄이 800만 발이 넘는다고 파악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취재진이 묶고 있던 숙소에서 불과 1.5km 떨어진 키이우 중심가에 탄도미사일이 날아와 호텔과 은행, 대형 주상복합 건물은 물론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6개 외국 공관 등이 파괴되거나 큰 피해를 당하였다.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을 노린 것으로 보였지만 피해는 주변 건물들에서 더 많이 나왔다. 이 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미사일이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 또는 북한제 KN-23 이라고 발표했다. KN-23은 이스칸데르를 모태로 개발된 것이어서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도 불린다.


키이우 중심가를 강타한 미사일이 둘 중 어느 것인지에 대한 추가 발표는 없었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상당수가 북한제일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북한이 대규모 무기 지원과 함께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해 격전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압박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에 북한군 만 천여명이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심지어 땅굴 파는 기술까지 지원해 아우디우카 전투 등에서 러시아군이 공격용 터널을 파는 데도 도움을 준 것으로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기관들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이 전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군에게 전략적 활로를 열어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러-우 전쟁은 제2의 한국전쟁인가?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러시아와 중국에 가까운 북한은 이들 국가의 지원 속에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다. 개전 초기 북측은 광공업이 발전해 있었고 전력 사정도 훨씬 좋았다. 탱크조차 없던 국군에 비해 북한군은 남측에 비해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했다. 북한군은 기습을 통해 일시에 한반도를 점령하려 했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 주 등은 북한처럼 탄광이 많아 광공업이 발달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많은 탱크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개전 초반 신속히 진격해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려고 한 것도 한국전쟁 초기 양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은 서방의 지원 속에 북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남부 전선에서도 러시아군에게 타격을 줬다.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 등 UN군의 지원으로 북한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듯이,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러시아군이 고전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전선에 큰 변화는 없으면서 마을 하나를 뺏고 뺏기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것도 한국전과 유사한 형태 가운데 하나다.


물론 전쟁 발발 전과 후의 양측이 점령하거나 빼앗긴 영토의 차이, 냉전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전이 갖는 의미 등 다른 점은 수없이 많지만 유사한 점을 찾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군의 참전에 힘입은 러시아군은 다수의 사상자를 감수하고 병력을 거듭 투입하는 인해전술 방식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친 우크라이나군을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몰아붙이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러시아 역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곧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다. 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하면 24시간 이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취임이 가까워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으나, 앞으로 우크라이나가 민주당 정부 시절 수준의 지원을 받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한국전쟁 때도 민주당의 트루먼에서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전쟁 지원 축소와 휴전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됐다.


다만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대한민국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동맹)을 맺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은 물론 유럽연합 EU 가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전쟁 방식으로 러-우 각자의 점령 위치를 인정하면서 불완전한 휴전을 할 수도 있지만, 나토 같은 군사동맹에 가입하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전후 상황은 휴전 후 대한민국보다 훨씬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본 러-우 전쟁은 ‘남의 전쟁’ 같지 않았다. ‘남과 북의 그림자’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각각 지원하는 남북한을 바라보며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이 유럽의 전장에서 떠올려지는 것은 기묘하고도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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