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지난 15일 사퇴했다. 지난 2022년 취임한 지 2년 만으로, 4년 임기 중 절반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발단은 문 구청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었다.
문 구청장은 본인이 구로구에 설립한 정보통신회사 '문 엔지니어링' 주식 4만 8천 주 등 170억 원대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문 구청장이 소유한 '문 엔지니어링' 주식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백지신탁을 결정했다.
구로구청이 통신 관련 공사를 발주하고 검사와 관련한 업무도 맡기 때문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구청장은 본인이 소유한 주식과 구청장 업무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회사가 구로구 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게 정관을 바꾸고, 본사도 서울 금천구로 이전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청장 업무를 통해 회사 경영이나 재산과 관련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청장직을 이어가려면 '문 엔지니어링'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되자, 문 구청장은 주식 대신 구청장직을 포기했다.
서울 구청장 중 백지신탁을 피하려 구청장직을 포기한 건 문 구청장이 처음이다.
문헌일 구청장은 정보통신기술 공학박사 출신으로 지난 1990년 정보통신회사 '문엔지니어링'을 세웠다.
이런 이력을 살려 지난 2022년 '구로를 4차 산업을 선도하는 첨단산업도시로 만들겠다'며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구로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 2년 만에 문 구청장이 사퇴하면서 구로구청은 새 구청장을 뽑는 내년 4월까지 부구청장 권한대행 체재로 운영된다.
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2일 열릴 예정이며 이번 보궐선거에는 30억 원가량의 세금이 들어갈 걸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