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가장 유력한 팬데믹 후보로 지목된 신·변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악의 발생 시나리오상에서 유행 정점기를 110일에서 190일로 지연시키고, 정점일 최대 환자수를 35% 수준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질병관리청은 6일 다음 감염병 팬데믹 대비를 위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006년 마련돼 2011년과 2018년 두 차례 개정된 이래 6년 만에 전면 개정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팬데믹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유력하게 지목해, 국가 계획으로 준비해야 할 중점과제로 권고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이 지속 보고되는 등 위험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을철 철새 유입 등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실제 2003년 이후 24개국에서 총 907건의 조류인플루엔자 A(H5N1)형 인체감염이 보고됐다. 지난 4월 미국에선 조류인플루엔자의 소에서 사람 감염이 확인됐고, 3월엔 베트남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질병청은 개정안 마련에 앞서 코로나19 대응에서의 한계점과 개선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와 의료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신·변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피해규모를 예측했는데, 이에 따르면 고(高)전파율과 고(高)치명률의 상황에서 방역 개입이 없는 경우 300일 내 인구 대비 최대 약 40%가 감염되고 정점까지 110여일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
질병청은 이 같은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조치를 통해 정점일에 발생하는 최대 환자 수를 35% 수준으로 감소시키며, 유행 정점기를 110일에서 190일로 지연시켜 그 기간 중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은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발생 시 건강 피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영향도 최소화할 것을 목표로, 대유행 전(前) 중점 과제로서, 감시체계·자원 확보·백신 전략 및 원헬스 통합관리체계 구축·유행 발생 시의 시기별(초기·확산기·회복기) 대응 전략을 담고 있다.
감시체계에서는 신종바이러스 출현을 조기에 확인할 것을 목표로, 국외 정보수집을 확대하고 정보검증 체계를 구축하며, 국내 감시를 위해서는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300개소에서 100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병원체 유전자 분석을 위한 실험실 감시도 현 180개소에서 200개소로 확대하며, 조류인플루엔자를 확인하기 위한 의료기관과 공공검사기관 간 연계도 강화한다. 여기에 응급실·외래로 내원하는 호흡기감염 환자 대상 원인 미상 감시체계를 신설하게 된다.
민간과 협업해 인공지능과 수리‧통계를 활용한 다학제적 예측모형을 개발해 유행 단계별 환자 발생 예측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약물적·비약물적 방역 조치에 대한 효과 분석을 통해, 효과적 방역 정책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 25% 수준 치료제 비축, 감염병 병상 2400개 추가”
자원 분야에서는 초기 6개월 대응 가능하도록 전 국민 대비 25% 수준의 치료제를 비축하고, 보호구와 마스크 등 방역물자도 비축하여 신속공급이 가능하도록 재난관리자원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하여 운영한다.
신속진단을 위해 원스텝 검사법을 새로 개발해 현재 72시간 소요되는 것을 12시간 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유행 확산 시 대규모 검사와 병상 수요에 대비하여 유전자 기반 검사와 신속검사 인프 라도 확대하며, 감염병 병상도 현 1100여 개에서 3500여 개로 확대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세 번째, 백신에 있어서는 유행 발생 시 100일 또는 200일 내 백신을 개발하는 전략으로써, 유행 예측 항원형에 대한 백신 또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사전에 개발하여 유행 시 이를 활용한 신속 개발(100일)하거나, 사전 개발된 항원형과 다른 균주 유행 시 균주 도입단계부터 시작하여 새로이 개발(200일)하는 두 가지 상황에 대해 준비한다. 현재 조류인플루엔자인 H5N1 백신은 국내 개발돼 이것의 하위 아형으로 대유행이 발생하는 경우 균주변경 절차를 거쳐 90일 만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백신 신속개발을 위한 mRNA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해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mRNA 백신 사업’)을 추진했고,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신속한 백신 개발 및 확보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동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2028년까지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할 계획으로, 첫해인 내년에는 290억원을 투자하여 mRNA 백신개발 비임상과 임상시험을 지원하고자 정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총사업규모와 기간 등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과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동물인플루엔자 감시, 반려동물로 확장
네 번째는 원헬스 통합관리이다.
인플루엔자는 동물과 사람이 모두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닭, 오리 등 조류에서의 인플루엔자가 소, 돼지 등 포유류로 전파되고, 종간 장벽을 넘어서 사람에게 감염된 후 사람 간 전파되는 경우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과 환경을 포함한 감염전파사슬 전 과정에 대한 원헬스 감시와 대응이 요구된다.
동물인플루엔자 감시는 가금류와 야생 조류 중심의 현 체계를 포유류와 반려동물로 확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사람·동물 유래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서식 환경과 철새 이동 등 정보를 연계 분석함으로써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여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동물 인플루엔자 발생 시 축산업 종사자 또는 접촉자 등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부처 간 실시간 공동 역학조사와 대응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합동 모의훈련을 정례화하게 된다. 관계부처로 구성된 범부처 협의체를 통하여 원헬스 정책과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을 점검할 계획이다.
유행 발생 ‘초기 3일’ 플랜 제시
유행 발생시 대응에 있어 유행 상황별 특성에 따른 전략을 구체화하였는데, 초기에는 전파 최소화, 확산기에는 중증과 사망 예방, 회복기에는 효과적 복구와 재정비를 위한 계획들을 구체화하였고, “초기 3일” 플랜을 예시로 제시하여 초기 신속 대응을 핵심적으로 다루었다.
유행 초기에는 병원체 특성과 역학 정보가 부족한 상황으로, 초기 사례 심층 역학조사를 통해 병원체 정보를 신속히 확보한다. 위기대응체계를 가동하여 선별진료와 확진자 격리 등 환자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진단검사법을 확립하여 보급함과 동시에 백신 확보를 위한 위기대응 R&D를 가동한다.
유행 확산기에는 효과적인 의료대응에 집중해 중증화를 예방하고 안정적인 의료 자원 관리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또한 고위험군 우선 접종 및 단기간 일제·신속접종을 위해 대비 단계에서 준비된 예방접종 인프라를 가동한다.
회복 단계에서는 우선순위에 따른 효과적인 피해 복구와 대응 평가를 통한 보완 대책 등 다음 판데믹을 위한 재정비를 위한 과업이 이루어진다.
질병청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장관회의를 통해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보고하고, 전문가와 함께 계획에 대해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 대유행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필수서비스를 포함하여 교육·산업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며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라는 대응수단이 있는 만큼 새로운 바이러스 유행 시 백신을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신종 인플루엔자 특성(항원형)에 맞는 백신 시제품을 개발하고, mRNA 등 백신 플랫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유행 초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치료제와 방역물자도 사전에 충분히 비축해서 준비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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