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쇳물 튀는 위험한 현장”...포항제철소 사고 0건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08-26 12:58:24

기사수정
  • - 슬라브 공정·철도 건널목 등 AI 도입


▲ 포스코DX에서 개발한 비전 AI CCTV 기술이 적용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4연주공장 슬라브(철강재 반제품) 절단 공정 [포스코DX 제공]

벌겋게 달아오른 슬라브(철강재 반제품)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온다. 쇳물을 녹여 만든 것으로 무게 35톤, 길이 8m, 폭 2.2m에 달한다. 온도는 1000도를 넘는다. 슬라브가 절단기와 맞닿으니 불꽃이 돌연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좋지 않은 신호다. 슬라브가 경로를 이탈해 기타 설비와 부딪히는 사행 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확인되자, 즉각 운전실에 알림이 울리고 벨트 운행이 멈춘다. 이 모든 것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폐쇄회로(CC)TV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AI로 진화하고 있다. 포스코DX의 AI 기술이 산업 현장 곳곳에 적용됐다. 두 회사는 위험한 현장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안정성’과 ‘생산성’을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뜨거운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AI로 안전 감시=지난 22일 경북 포항의 포항제철소 제4연주공장. 이곳은 고로에서 나온 뜨거운 쇳물을 굳혀 만든 철강재 반제품인 슬라브가 만들어 지는 곳이다.

포스코·포스코DX는 1000도가 넘는 슬라브가 하루에 400개씩 생산되는 위험한 산업 현장을 AI로 대체하기 위해 2021년 4연주공장에 AI기술을 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AI 위험 감시 시스템’이다. 포항제철소는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포스코DX와 함께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CCTV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현장 직원들이 하루 종일 CCTV를 지켜봐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를 대체한다. 스마트 CCTV가 영상을 프레임별로 저장한 뒤 자동으로 슬라브의 경로를 계산하고, 충돌 여부를 예측해준다.

실제 사고 예방 효과도 크다. 스마트CCTV가 가동된 이후 사행 사고를 예방한 건수는 80건이다. 포스코DX에 따르면 이 중 실제 사고로 이어진 건은 한 건도 없다. 4연주공장에서 만난 운전자는 “자동으로 한 번 막아주는 장치가 있으니 작업자가 개입해야 하는 난이도가 낮아져 안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쇳물을 나르는 운송 기관차와 관련된 사고 예방도 AI가 책임지고 있다. 각 기관차는 1500도 이상의 쇳물을 1200톤 가량 싣고 포항제철소 내부를 오고 간다.

포스코·포스코DX는 영상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포스코DX의 비전 AI 기술을 철도 건널목 CCTV에 적용했다. 건널목 주변의 위험 요소에 대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기관차 운전자에게 사전 알람을 고지하는 방식이다.

박지윤 포스코 생산기술부 구내운송섹션 사원은 “알림을 넘어 차량 제동까지 연계되는 자율주행 기술도 기관차에 일부 적용하고 있고, 연구 개발을 통해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바코드 인식, ‘휴먼 에러’ 줄여 생산성 제고=제품 검수 작업에도 AI가 적용됐다. 선재검수센터에 차량 번호를 인식하는 CCTV 2대, 라벨 번호를 읽는 CCTV 24대를 설치해 검수 정확도를 높였다. 2022년 9월부터 검수 기술 설계를 시작했고,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술을 상용화했다.

AI로 ‘휴먼 에러’가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커졌다. AI가 직접 카메라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해 제품의 라벨 위치를 추적하고, 송장 정보와 비교한다. 제품 측면 등 각도가 기울어져 맨눈으로 라벨 확인이 어려운 곳도 자동으로 읽어낸다. 차량 1대 당 적재된 14개의 제품 라벨을 검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5분 이내다.

포스코·포스코DX는 산업용AI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판단, 연구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은 “산업용 AI가 사람의 역할을 도와 제품의 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위험한 현장 작업 등을 AI를 대체해 가며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