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법률안이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핵심 쟁점들의 해결이 최종 관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북도는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6월부터 대구시와 공동의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당초 대구시 법률안은 전체 213조, 경북도 법률안은 전체 310조로 구성된 각각의 법률안에서 출발하여 계속적인 실무협의를 거치며 지금까지 법률안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두 지자체는 보다 균형 잡히고 실효성 있는 특례를 최대한 담고자 하였으며, 8월 현재 경북도의 법률안은 총 6편 272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전히 청사 위치, 관할 구역, 자치 입법, 시군 권한 등 주요 쟁점들은 합의가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특별법안의 구성과 내용, 통합으로 얻고자 하는 대부분의 특례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다만 대구시와 경북도가 강조하는 부분에는 차이점이 있다.
대구시는 각종 권한 이양과 특례 내용 바탕 위에 청사 위치와 관할 구역 조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경북도 특별법안은 행정통합을 통한 자치권 강화, 재정 보장과 자율성 강화, 시군 자치권 강화, 통합 청사의 현행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 경북도 특별법안 중점 방향
첫째, 행정통합을 통한 완전한 자치권과 자치입법권의 강화
경북도는 행정통합을 계기로 중앙의 권한을 대폭 받아낼 계획이다.
법률안에는 외교, 국방, 사법 등 일부 국가 존립 사무를 제외한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특별시와 시·군·구로 단계적으로 이양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경북도는 유례없는 광역 단위 행정통합을 통해 중앙정부의 권한 집중으로 정체된 현행 지방자치제도를 진일보시켜 진정한 ‘지방 시대’를 실현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이미 부산·경남권, 호남권, 충청권 등의 광역지자체들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의 물꼬를 트는 막중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특별법을 통해 중앙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실질적인 재정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확실한 재정 보장과 재정 자율성 강화
재정적 측면에서는 현재 수준 이상의 재정 지원 규모를 보장받아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행정통합으로 두 지역의 재정 자원이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통합된 행정 체계를 통해 중앙정부와의 협상에서 더 큰 협상력을 발휘해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재정 지원을 받아내야 한다.
더불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정 자율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시·군의 자치권 강화
시·군의 권한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광역 간 행정통합이 시·군의 권한을 축소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통합을 통해 시·군이 수행해야 할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추가로 이양하고 자치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 균형적 발전을 위한 현행 청사 유지
경북도의 확고한 원칙은 청사 위치를 현행대로 대구와 안동 청사로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도민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해당 시·군의 의견 수렴 없이 청사 관할구역 등을 정하는 것은 시·군 자치권 강화라는 기본 원칙에 역행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 경북도 특별법안 분야별 주요내용
경북도는 이러한 기본 방향에 부합하는 발전전략과 권한이양 등 특례를 최대한 발굴하고 반영하기 위해 발전전략 구상 등 총 6개 과제에 대한 전문용역을 동시에 진행하며 특별법률안 구체화에 집중해 왔다.
구체적으로 경북도 법안에는 권한 이양, 조례 위임, 규제 개선,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공시설 설치 지원, 지역 특화산업 육성 등 총 249개의 다양한 특례가 담겨있다.
◇ 통합청사.. 대구와 안동에 현 상태 유지
경북도 특별법안에는 “특별시의 청사는 기존의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안동시에 둔다”고 하여, 청사의 위치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법안에 명시했다.
대구시가 대구, 안동, 포항에 각각 청사를 두고 관할구역을 구분한 것과 달리, 경북도는 청사별 관할구역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았다.
시·군 자치권 강화라는 행정통합의 핵심이, 청사별 관할구역 설정으로 인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한 법률안의 내용이다.
아울러 경북도는 대구시와 이견을 보이는 청사 위치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민들을 비롯한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자치조직.. 강화된 조직권 실현
특별시에는 국가직 차관급 2명을 포함하여 총 4명의 부시장을 둔다.
소방본부는 대구소방본부와 경북소방본부를 유지하되, 경북소방본부장의 직급을 소방감에서 소방정감으로 상향한다.
경북도는 소방본부의 규모는 물론 그 관할 면적과 대형 재난 등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 이전부터 본부장의 직급이 소방감이었으나, 대구시는 올해 소방준감에서 소방감으로 43년 만에 직급 상향이 이루어진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 이후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게 된다.
현재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와 행정안전부 장관의 건의를 거쳐야 대통령의 재가와 선포가 이루어진다. 특례를 통해 지역의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자치입법.. 중앙 권한의 조례 위임 대폭 확대
경북도 특별법안에는 자치입법권 강화를 위한 조례 위임 사무의 확대와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한 특례가 포함되어 있다.
기존에는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게 되어 있던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위임 사무가 대폭 늘어나 의회 중심의 자치입법권강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의 입법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정책 연구 인력에 대한 특례 조항도 포함했다.
◇ 자치분권.. 포괄적 권한이양,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경북도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자치권 강화 분야에서는 포괄적 권한 이양 규정과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양을 담았다.
국무총리 소속의 대구경북특별시 지원위원회는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 존립에 필수적인 사무를 제외하고,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특별시는 물론 시·군·구까지 권한 이양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종전 대구시와 경북도에 설치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사무도 이양한다. 시도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환경, 중소기업, 고용노동 분야의 사무를 특별시에 이양하고,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관련 조직, 예산, 인력도 함께 이관하도록 한다.
특별시가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받아 지역 주민의 요구에 맞춘 행정을 수행함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 자치재정.. 재정 보장과 재정 자율성 강화
재정 분야에 대해서는 재정 보장과 자율성 강화에 중점을 둔다.
특별법 제3조는 행정통합에 따른 국가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이전의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누리던 행정·재정적 혜택을 보장하는 동시에, 특별시의 성공적인 안착과 목표 달성을 위해 국세 이양 등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경북도는 교부세의 지원 방식을 특별시에 보다 유리하게 적용하여 현행 수준 이상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
세제 분야에서도 부동산 양도소득세에 대한 지방 이양을 추진한다. 특별시에서 징수되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재원을 지방으로 귀속하도록 규정했다.
경북도는 여기에 법인세 재원 일부의 이양을 더 포함시켰다. 지역의 사업장에 대한 법인세 징수는 공정한 세(稅) 부담 원칙을 바탕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 내 사업장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기반으로 세금을 징수함으로써 교육, 복지, 인프라 등 다양한 지역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조세의 자율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간 법령에 규정되어 있던 취득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등 11개 지방세목에 대한 세율 조정 권한을 특별시 조례로 정할 수 있다. 또한 취득세, 등록면허세, 재산세, 지역자원시설세의 감면액을 50% 범위 내에서 특별시 조례로 가감이 가능해진다.
통합에 따른 안정적인 재정확보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가칭)대구경북통합복권 발행도 가능하게 된다.
지방소비세의 일정 부분은 지역별 안분 가중치에 근거하여 수도권, 시·도에 배분되고 있다. 통합에 따른 재원 확보를 위해 경북도 보다 소비지수 가중치가 낮게 적용되었던 대구시 가중치를 200에서 300으로 상향하도록 했다.
통합에 따른 재정 필요분을 충족하기 위해 (가칭)광역통합교부금과 광역통합교육교부금을 신설하고 20년간 지원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균형발전 사업의 확대, 국가보조사업의 수행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내 별도 계정을 설치하도록 했다.
◇ 농림·산림·해양.. 농지·산지전용권 이양 등 권한 확대
산지전용과 일시사용제한지역의 지정 및 해제 등에 대한 산림청장의 권한을 특별시장의 권한으로 이양한다.
경북도는 산림면적이 1,333ha에 이르며, 산림율이 70.07%에 달하는 대표적인 산림지역이다. 산지전용에 대한 지역 자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사회가 환경 보호와 개발 간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경북도가 구상하는 백두대간·낙동정맥 산림개발 및 관광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농업육성지구의 지정 권한도 특별시장이 가진다.
지난 7월 26일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스마트농업지구로 지정된 경우, 총 17개의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특례 적용도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청년 임대농 등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재산 및 일반재산의 대부 기간이 기존의 10년에서 횟수 제한 없이 10년 단위로 연장 가능해지면서 농업 경영의 안정성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지전용 허가·신고 권한과 농업진흥지역 지정·해제 권한도 특별시장에게 부여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존에는 일정 규모(농업진흥지역 3ha 이상, 진흥지역 밖 30ha) 이상의 농지 전용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나 협의를 받아야 했다.
지금까지는 농지전용 검토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으나, 특례를 통해 농지전용 허가, 신고, 허가 취소 등의 세부 사항을 조례로 정하고,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게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특별시장은 수산식품산업 전문 인력 양성과 수산 식품클러스터의 지원 및 육성에 관한 권한을 가지며, 해양치유지구의 지정 및 변경, 해양심층수 취수해역 지정에 관한 권한도 부여받게 된다.
이를 통해 환동해 수산·해양 자원의 개발과 활용 전반에 걸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 경제산업.. 글로벌미래특구 조성 및 투자유치 특례 부여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 유치 특례도 법안에 포함되었다.
특별시장이 ‘글로벌미래특구’를 지정·고시하면 규제자유특구, 경제자유구역 등 13개 특구가 한 번에 지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특구 조성사업에 대한 개발부담금 감면, 입주기업 및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 11개 특례가 추가 적용된다. 신공항과 공항 후적지, 항만, 행정복합도시 등 주요 지역에 최고의 투자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특히, 새롭게 설계된 투자진흥지구에서는 기업들이 국·공유재산을 최대 100년까지 임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대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