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1년8개월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 3월 이후 서울 집값이 강세로 돌아선 데다 거래량도 정상화하면서 다주택자가 증여를 유보하고 있어서다. 상속세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도 한창 논의 중인 만큼 증여 움직임이 한동안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거래 원인별 주택 거래량’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38건으로, 2022년 10월(237건)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아파트 거래량(8845건)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연평균 12.5%대였다. 지난 3월에도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493건이었다. 거래 비중은 11%를 차지했다.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2568건으로, 전체 거래의 3.7%에 그쳤다.
매매가가 우상향 곡선을 본격적으로 그리면서 증여가 끊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여는 주로 집값이 내려가 증여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때 자주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기준 0.28% 뛰어 19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성동구(0.56%), 송파구(0.55%), 서초구(0.53%), 강남구(0.41%) 등은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매매 거래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7411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 거래량도 신고 기한(계약 후 1개월 내)이 3주가량 남았음에도 이날 기준 5989건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집값이 올라가면 증여세 납부 여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성일 리겔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일반적으로 5억원을 증여하려면 1억원, 10억원일 경우 2억원의 세금 납부를 생각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보유세 부담 때문에 급하게 증여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완화돼 빨리 증여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도 증여를 미루는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 개정안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안대로라면 웬만한 서울 아파트는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자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가구는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 공제 10억원(2명), 배우자공제 5억원까지 더해 17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서다. 아직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상속세 개편안을 지켜본 후 의사결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부부장(세무사)은 “2020년 이후 평균적으로 증여 건수가 증가한 배경에는 아파트 평균 가격이 올라 대부분 서울 아파트가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며 “정부안대로 상속세가 개편되면 17억원 미만의 서울 아파트는 부과를 피할 수 있는 만큼 증여 필요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 아파트 증여는 빠를수록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성일 대표는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여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며 “일반 증여가 어려우면 전세나 대출을 낀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우 부부장도 “실제 상속이 이뤄지는 20년, 30년 후엔 대부분 서울 아파트가 17억원(4인 가족 상속세 공제추정치)을 넘어설 수 있다”며 “장기적인 계획 아래 증여와 상속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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