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헌재 “13~16세 청소년과 성인의 성관계 ‘강간’으로 본 법률은 합헌”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07-01 14:22:16

기사수정



헌법재판소가 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했다면 미성년자가 동의했더라도 강간으로 보고 성인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형법 305조2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형법 305조2항은 2020년 의제강간 연령 기준이 상향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의제강간은 성인이 ‘성교 동의 연령’에 이르지 못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다면, 미성년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강간으로 보고 처벌하는 것이다. 개정 전에는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의제강간이 적용됐는데,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 착취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16세 미만’으로 상향됐다.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8건의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청구인들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간 또는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상고를 했지만 기각되자 헌재에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해달라고 했다.

청구인들은 해당 조항이 “피해자의 연령이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구체적인 인적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을 성행위의 상대방으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한당한다는 의견도 냈다. 대구지법이 2020년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달리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는 지적·신체적·정신적 성숙도 등에 비춰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청한 위헌법률심판도 1건 있다.

헌재는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해 “성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16세 이상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채 성행위에 동의할 수 있고, 상대방의 행위가 성적 학대나 착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성행위에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절대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들이 성인과 성관계할 경우 온전한 동의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동의에 의해 성적행위를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성적 행위의 의미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적 결단”이었다고 했다.

또 최근 들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법률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인터넷의 영향과 성상품화 풍조의 확대 등 부정적인 환경 속에서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능력·판단능력·방어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성범죄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미성년자 간의 성관계가 아닌 성인과 미성년자 간의 성관계만 처벌하는 데 대해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에게 이들의 성을 보호하고 이들이 스스로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조력할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며 “연령이나 발달 정도 등의 차이가 크지 않은 미성년자 사이의 성행위는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라 보고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전환…국회 본회의 통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9일 오후 4시 27분, 제43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통과했다.이번 법안 통과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1999년 임의단체로 전환된 이후 27년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핵심 숙원 과제를 마침내 해결하게 됐다.개정안은 지.
  2. 제천 새마을금고 이전·증축 공사, 인도 점령 논란…제천시 “불법 확인 시 과태료 부과” 충북 제천시 청전동에서 진행 중인 동제천 MG새마을금고 이전·증축 공사 현장이 인도를 점거한 채 대형 크레인 차량을 동원해 공사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현장을 확인한 결과, 크레인 차량과 각종 작업 장비가 보도블록 위 인도를 사실상 점령해 보행자들이 통행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3. 사진·영상 신고 무력화? 비산먼지 현장 외면한 제천시 판단 도마 위 충북 제천시 청전동 아파트철거 현장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제천시가 “출장 당시 살수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하지 않으면서 행정의 소극적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본지는 앞서 해당 철거 현장에서 살수 조치 없이 철거 공사가 강행되며 다량의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4. 제천문화재단 상임이사 선임 ‘뒷말’… 추천위 1위 제치고 3위 임명 재단법인 제천문화재단 신임상임이사로 전 이월드 대표를 지낸 유병천(55) 씨가 임명되면서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퍼지고 있다.제천시와 제천문화재단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상임이사 선임을 위해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했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7명이 심사에 참여해 총 15명의 응시자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해 7명을 선발했..
  5. [풀뿌리정치를 말하다] 전북의 이름으로, 기록으로 남긴 도전 [전북특별자치도 취재팀]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자신의 정치·행정 여정을 담은 저서 『김관영의 도전』 출판기념회를 2월 1일 오후 전주대학교 학생회관 슈퍼스타홀에서 열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어진 이날 행사는 출판기념회라는 형식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차분했고, 정치적 수사보다 ‘기록’과 ‘성찰’...
  6. 울주군보건소, 임신부부 백일해 무료 예방접종 지원 울산 울주군이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인 백일해 예방을 위해 다음달부터 지역 임산부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백일해(Tdap)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한다고 30일 밝혔다. 백일해는 백일해균에 의해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백일해 기초접종을 마치지 않은 생후 2개월 이전 영아의 경우 감...
  7. 제천 제4산단 조성사업, 도 승인 신청…본격 추진 단계 돌입 제천시와 충북개발공사가 추진 중인 ‘제천 제4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산업단지계획 승인 신청을 마치며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제천시는 30일 충청북도에 제천 제4 산업단지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산업단지계획 승인 신청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행정절차로, 향후 사업 추진의 속도와 방향을 좌우.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