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이 자신의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 사고를 냈더라도, 차주에게도 사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는 A보험사가 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2019년 10월 박씨는 게임 동호회에서 알게 된 허모씨와 함께 허씨의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에서 술을 마시다 허씨 집에서 잠들었다. 그런데 이튿날 오전 먼저 깬 허씨가 허락 없이 박씨의 자동차 열쇠를 가져가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했다. 허씨는 박씨의 차로 지나가던 행인 유모씨를 쳐 전치 14주의 상해를 입혔다.
주인 몰래 운전한 사실을 인정한 허씨는 위험운전치상·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2020년 6월 징역 8개월 확정판결을 받았다. A보험사는 피보험자인 유씨가 가입해 놓은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계약에 따라 보험금 1억4627만원을 유씨에게 지급했다.
이번 소송은 A사가 유씨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에 대해 허씨와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2022년 9월 1심 재판부는 사고를 낸 허씨는 물론 차주인 박씨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본 보험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 전액을 피고들이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3조)은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주체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차를 절취 당한 차주 박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2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특히 ①박씨와 허씨가 가족 등 특별한 친분관계가 아니고 ②6~7시간 후 몰래 운전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며 ③박씨가 허씨의 무단 운전을 사후 승낙했을 것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고 당시 박씨의 운행지배·운행이익이 잔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에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자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봤다. ①박씨와 허씨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 허씨의 집에서 잘 정도로 친분이 있고 ②허씨가 자동차 열쇠를 손쉽게 손에 넣어 운전할 수 있었으며(박씨의 열쇠 관리상 과실) ③허씨가 집 근처 가까운 거리를 짧게 운전해 자동차 반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이를 감안하면 박씨의 운행지배·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지 않은 만큼 사고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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