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화영 대북송금, 1심 징역 9년 6개월…이재명 '제3자 뇌물 혐의' 재점화
  • 추현욱 사회2부 기자
  • 등록 2024-06-08 08:19:21

기사수정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7일 1심에서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이 전 부지사 등과 함께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법원 선고에서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소 사실 중 대부분이 인정됐다. 

법원은 이날 쌍방울그룹 측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 중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 명목 164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명목 230만 달러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 가운데 이 대표 방북 비용 명목 달러화의 경우 금융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된 사실과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와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이 작성한 영수증 등의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 규정상 기획재정부 고시에 열거된 금융 제재 대상(조선노동당)에 흘러들어갔거나 지급할 고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그동안 쌍방울그룹이 제3자(북한)에 송금한 건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건네는 뇌물이라는 ‘제3자 뇌물 혐의’ 구도로 수사해 왔다. 

반부패 수사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조만간 이 전 부지사를 다시 소환해 추가 조사할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는 사건을 혼자 짊어지고 갈지, 이 대표의 승인으로 송금했다고 진술하며 짐을 분담할지 다시 기로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 ‘북한에서 요구하는 의전 비용을 김 전 회장이 처리할 거라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가 번복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이 전 부지사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데다 경기도지사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 이 전 부지사가 독자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역시 이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2018년 9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배제된 것을 계기로 이 전 부지사는 도지사 방북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김 전 회장을 통해 2019년 도지사 방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북한에서 요구한 도지사 방북 비용을 김 전 회장에게 대납케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쌍방울의 대북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른 방북 비용 대납 이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이날 8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해 비공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북한 상부에 전달한 사례금 형태인 게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제3자 뇌물의 구성 요건인 당사자 간 현안에 대한 인식과 부정한 청탁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이 대표와 주변을 둘러싼 다른 수사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7~8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와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1억8000만~2억1000만원을 쌍방울과 KH그룹 임직원 등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2020년 5월~2022년 4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 은퇴한 이후 생활 공간 및 사무실 임차 비용 등 명목으로 쌍방울이 이 전 대표 측에 6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의혹(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사건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 외에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수수한 뇌물 금액이 1억원 이상임에도 법정형 하한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북송금 실체를 인정해 북한 측 인사에게 전달된 사실까지 긍정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조선노동당에 전달됐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은 정직하고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재판한 것”이라며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주가가 폭등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북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이 사건이 시작된 것이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사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 전 부지사 선고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기자수첩】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제천문화원 사태, 제천시는 무엇을 했나 보조금은 ‘지원금’이 아니다.혈세다. 그리고 그 혈세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최근 제천문화원과 관련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내부 제보 내용은 단순한 회계 미숙이나 행정 착오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조금 집행 이후 카드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의혹, 회의참석 수당과 행사 인건비가 특정 인...
  2.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3.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4.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5. 울산시, 청년형 유홈(U home) 청년들에 인기 [뉴스21 통신=최세영 ] 유홈(달동)                          유홈(백합)유홈(삼산)유홈(양정)유홈(태화)                                ▲ 조감도제공=울산광역시울산시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청년층의 주거만족도 향상을 위해 추진 중...
  6. KTX·고속버스 한 곳에서, 익산역 환승체계 개선 구상 나서 호남 철도의 관문 '익산역'이 고속철도와 고속·시외버스,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한자리에서 갈아타는 복합환승센터로 확장하는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익산시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추진하는 '복합환승센터 혁신모델 컨설팅 지원사업' 공모에 익산역이 최종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
  7. 이동환 고양시장, 고양시 “2개 노선 도시철도망 확정” 환영 [뉴스21 통신=추현욱 ]고양특례시 관내 도시철도 2개 노선이 12일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어 국토부에서 최종 승인·고시했다.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고양시 서북부지역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 왔던 철도교통망 확충계획의 일부인 도시철도 사업이 확정되었다”라고 밝히고 “촘촘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