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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vs 면접원 조사 vs안심번호 최명호
  • 기사등록 2016-03-07 1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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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여론조사는 면접원들이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을 채택했다. 더민주는 안심번호(휴대전화) ARS 전화로 공천인단을 모집하고 ARS 전화투표로 투표가 진행된다. 국민의당은 여론조사와 경선인단 역할을 하는 ‘숙의선거인단’을 모집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세 당의 기본 경선 방식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녹음된 질문을 듣고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ARS 조사는 ‘저렴한 비용’ 때문에 현재 각 예비후보들이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많이 활용되는 기법이다. 면접원들이 직접 전화를 거는 조사에 비해 비용이 1/3 또는 1/4 정도만 소요된다.

 

ARS 여론조사는 자주 접하게 되는 마케팅용 전화와 유사하게 들리는 ‘녹음된 음성’ 접촉으로 조사 응답률이 매우 낮다. 응답률이 낮다고 여론조사의 품질이 무조건 나빠지는 건 아니다. 통계학자들은 조사에 참여한 집단과 참여하지 않은 집단이 이질적이라는 분명한 구분이 없다면, 응답률 자체가 조사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같은 선거의 여론조사는 한정된 지역에서 ‘소수의 강력한 이해 당사자 집단’이 여론조사에 응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일반인들이 선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초기에 특정한 정치적 이해를 가진 집단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할 경우 지역 유권자들의 보편적 정서와 다른 조사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여론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연령을 허위로 응답해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상당하다.

 

이번 경선에서는 3당 모두 ‘ARS 여론조사’는 실제 하지 않는 셈이다. 더민주가 ARS 공천인단 모집과 ARS 조사투표 방식을 채택했지만 ‘대규모 안심번호’를 활용하기 때문에 조직력을 이용한 여론조사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공천인단 모집 후 전화투표’ 방식이므로 여론조사라 보기 어렵다. 단, 지역구별로 추출한 휴대전화(안심번호) 가입자들이 더민주의 공천인단 모집에 기대만큼 응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구별로 최소 5만개의 안심번호를 추출한다고 하니 그런 문제도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배심원단 구성은 당 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백여명의 숙의선거인단이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될 경우 구성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향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지역대표성이나 능력, 자질, 경쟁력으로만 후보들을 평가하는 배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적인 유권자와는 다소 이질적인 숙의선거인단이 구성될 경우 이들의 가치기준에 따라 후보 평가는 달라질 수 있고 의외의 경선결과가 속출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의 기술적 방법보다 100% 국민여론조사냐 당원 30%, 국민 70% 혼합방식이냐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방식은 여론조사에서도 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표본을 구성한다. 아무래도 현역의원이나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온 기성 정치인들이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거기에 당원 30%를 별도로 반영할 경우 현역의원들의 프리미엄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들은 대부분 여론조사 확대를 원할 것이고 현역 의원들은 반대 입장에 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공관위가 이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정치 신인들의 ‘기회 확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유권자 휴대폰 조사’는 안심번호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직장인 등 집에서 전화를 받기 어려웠던 유권자들이 안심번호 휴대폰 조사 덕분에 여론조사에 응답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집전화로만 이뤄졌던 과거 여론조사 경선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다.

 

한 가지 덧붙여, 여론조사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ARS 조사 방식이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ARS 여론조사든, 면접원 여론조사든 조사의 품질은 결국 조사를 기획-시행하는 조사기관이 얼마나 조사의 절차와 방법론을 준수하고 합리적 조사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느냐 하는 과정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보통 한 지역구에 1천명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통상 조사원(면접원)이 50여명 가량 필요하다. 면접원 100명을 투입해서 두 지역의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생각해 보자. A 조사기관은 일요일 오전에 종로구 조사를 시작해 오후 세시 쯤 종료하고, 오후 네시부터는 강남구를 조사해 조사를 완료할 수 있다. B 조사기관은 조사원을 50명씩 두 조로 나눠 한조는 종로구를, 한 조는 강남구를 오전부터 저녁까지 조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조사 품질은 B 기관의 조사가 더 나을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다양한 유권자를 고루 조사하기 위해서는 조사 시간을 특정 시간대로 한정하지 않고 오전, 오후, 저녁이후 시간까지 고르게 조사가 진행되도록 컨트롤 하는 방식이 더 낫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조사 과정에서 조사원들의 진행방식이나 속도 등을 숙련된 연구원들이 모니터하고 조사품질을 낮출 우려가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얼마나 여론조사를 꼼꼼하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다.

 

ARS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녹음된 음성파일을 이용하기 때문에 ARS 조사는 면접원이 필요치 않다. 전화 회선만 많이 사용한다면 매우 짧은 시간에 대규모의 조사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럴수록 위의 예처럼 특정 지역을 조사할 때 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조사역량이 있더라도 이를 쪼개서 다양한 시간대에 조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은 결국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또한 후보자들을 불러주는 순서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는 후보 호명 순서를 바꾼 녹음파일이 몇 개 필요하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조사를 여러 차례 중단-진행하며 설문 녹음 파일을 교체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그런 노력을 정직하게 한 조사와 그렇지 않은 조사 사이에 나타나는 품질 차이가 더 큰 것이지 조사 방법 자체가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예 말고도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은 매우 많다. 또 기술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여론조사가 선거 과정에서 ‘후보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조사기관과 조사를 의뢰하는 쪽 모두, 또 조사결과를 보도하는 언론도 여론조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어떤 조사가 좋은 조사인지 구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 있어야 하고, 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어야 하고, 조사기관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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