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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바이드’ 시대,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무섭다 추현욱 사회2부기자
  • 기사등록 2024-05-16 18: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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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능수능란하게 업무에 활용하는 AI 네이티브(원어민)가 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무서운 ‘AI 디바이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격차를 일컫듯, AI 디바이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격차를 의미한다. 


프레더릭 안실(Anseel)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교수는 “AI는 마치 운동선수들의 약물 복용(도핑)처럼 ‘지식 근로자를 위한 도핑’이 되고 있다”며 “AI는 인력에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 법인에서 근무하는 모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업무 중일 땐 판례를 검색해 확인하곤 하지만, 급하게 이동하거나 시간이 촉박할 땐 퍼플릭시티 등 생성형 AI 검색 엔진을 종종 활용한다”며 “최근엔 임의 경매 관련 내용을 물었는데 관련 판례까지 줄줄 검색돼 초임 변호사의 리서치 수준과 엇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 향상은 통계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내놓은 보고서 ‘날카로운 기술적 경계를 넘어서: 지식 노동자 생산성과 품질에 미치는 AI 효과의 현장 실험적 증거 탐색’이 대표적 연구 사례다. 


이 보고서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챗GPT4를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 사이 업무 차이를 계량해 냈다. 그 결과, 챗GPT4를 활용해 일을 한 측은 그러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12.2% 많이 작업을 해내고, 25.1% 더 빠르게 수행했다. 그만큼 생산성이 높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과제는 AI를 활용한 쪽이 그러지 않은 동료들보다 42.5%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냈다고 평가받았다.

비슷한 조사는 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생성형 AI앱인 ‘코파일럿’을 사용한 297명에게 물어본 결과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설문에 따르면, 코파일럿 사용자의 70%가 종전보다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68%는 작업 품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안실 UNSW 교수는 온라인 기고에서 “AI 활용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한 ‘인턴 군대’를 거느린 것 같다”며 “일반 AI는 더욱 전문화된 또 다른 AI를 프로그래밍하고 실행하도록 도울 수 있어, 이들의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마법 같은’ 생산성 향상은 임금 격차를 벌릴 수도 있다는 게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예상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서 “2030년까지 (근로자) 총임금의 약 13%가 높은 수준의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전환돼 임금 상승을 일으키는 반면, 디지털 기술이 낮은 근로자는 임금의 정체 또는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챗GPT를 이용한다’는 비율은 32.8%에 그쳤고, 유료 이용자는 전체 응답자의 5% 수준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방식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외 직장인들의 AI 활용도와 국내 직장인들의 AI 활용도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글로벌 HR 서비스 기업인 아데코 그룹이 지난해 23국에서 직장인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직장에서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는 답변은 70%에 육박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AI 디바이드는 디지털 디바이드와 달리 같은 젊은 세대에서도 처음부터 AI란 도구를 쭉 사용해 익숙해진 사람과 아예 이용하지 않아 낯선 사람들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는 같은 젊은 세대 안에서도 업무적으로 ‘절박한 필요성’이 있는지, 업무적으로 ‘빠른 업무 속도’보다는 ‘정확성’을 우선으로 하는지, 직장에서 AI 활용을 권장하는지 등에 따라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미국에서 떠오르는 AI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은 챗GPT 월간 평균 검색 비율이 높아 AI 활용이 높은 지역으로, 루이지애나·앨라배마·미시시피주 등은 챗GPT 검색 비율이 낮은 곳으로 분류됐다. 미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도시화됐고, 소득이 높으며, 교육 수준이 높고, 아시아인이 많으며, 기술 관련 일자리가 많은 곳일수록 챗 GPT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이로 인한 미국 내 AI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이 보고서 내용이다.

지역을 넘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AI 디바이드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선진국은 인구 고령화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AI 도입에 대한 필요가 높은 반면, 개도국은 디지털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근로자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AI 도입에 대한 동기가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 블로그에서 “저소득 국가 상당수는 AI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나 숙련된 인력이 없어 (국가 사이) 불평등이 심해질 위험이 커진다”며 “국가는 포괄적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AI 기술에) 취약한 근로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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