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차이나런에 中 “372조원 푼다”...22일 홍콩 증시 사상 처음으로 인도 증시(4조3300억달러)에 추월 당해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01-24 19:00:33

기사수정


           중국 홍콩거래소


추락하는 중국 증시를 보다 못한 중국 정부가 결국 나섰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당국이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유 기업의 역외 계좌 등을 통해 돈을 마련해 본토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연초 이후 7% 넘게 빠졌던 상해종합지수 내림세가 멈췄고, 홍콩H지수와 항셍지수는 장중 3%대 급등했다가 각각 2.8%, 2.6% 상승 마감했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국내 투자자들도 날아든 호재에 일단 반색했다.

그러나 최근의 중화권 증시 폭락세는 시진핑 정부의 민간 기업 통제와 중국 거시 경제 전반에 대한 실망감 속에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벌어진 일인 만큼, 단발성 자금 투입으로 증시가 구조적으로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2조위안의 증안기금 투입 계획은 전날 리창 중국 총리가 국무원 상무 회의에서 자본시장 상황을 보고받고 시장 안정과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리창 총리는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의 주식 투자 확대, 자본시장 제도 개선, 위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 시장 감독 등을 통해 주식시장과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라고 주문했다. 증안기금 투입과 함께 중국증권금융공사와 중국후이진투자를 통한 역내 주식 매수를 위해 3000억위안(약 56조원)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최근 5년 만에 최저, 홍콩 항셍지수는 19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홍콩 증시 폭락으로 22일 기준 홍콩 증시 시가총액(4조2900억달러)이 사상 처음으로 인도 증시(4조3300억달러)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국이 이번 주 중에 다양한 주식시장 구제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간 부동산 침체로 타격받은 자국 내 개인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간 중국과 홍콩 증시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올 상반기 최대 6조원가량의 손실을 볼 우려에 처한 가운데, 중국 투자자들도 주가 연계 파생 상품에 수조 원대가 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본토 지수인 CSI500과 CSI1000지수의 움직임과 연계된 주가연계사채(ELN), 일명 ‘스노볼’에 투자된 자금이 최대 2500억위안(약 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소재 궈타이주난증권사는 이 지수들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 중 약 300억위안(약 5조6000억원)이 손실 구간에 도달하는 등 총 900억위안(약 17조3300억원)가량이 손실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집계했다. 이 상품 역시 ELS와 마찬가지로 지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을 잃는 고위험 파생 상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작년 8월 이후 작년 말까지 1867억위안(약 34조7000억원)어치의 중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서도 300억위안(약 5조5800억원)의 외국인 투자금이 중국을 빠져나갔다.

중국 증시를 탈출하는 것은 외국인 자금뿐만이 아니다. 내국인들까지 자국 증시를 탈출하는 ‘차이나 런(China run)’이 일어나고 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AMC 노무라 니케이 225′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17일과 18일 개장 직후 1시간가량 거래가 중단됐다. 최근 상승세를 탄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 중국인 투자가 몰려 과열되자 당국이 일시적으로 거래를 막은 것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에선 외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상하이에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ETF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날 증시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경기 반등이 없다면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경제가 부채(debt), 디플레이션(deflation), 디리스킹(de-risking·중국과의 거리 두기), 인구(demographics) 문제 등 ‘4D’라는 재앙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