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1형 당뇨에도 효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 열풍으로 노보노디스크가 올해 전 세계 산업계의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경제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많은 이웃 국가들이 경기 침체, 심지어 퇴보를 경험하고 있고 덴마크 경제도 이 둔화 국면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노보노디스크가 이끄는 제약 산업의 성장에 기인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1.2%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위고비라는 약 하나가 국가의 경제 전망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위고비는 100년간 당뇨 치료제 한 우물을 판 노보노디스크가 우연히 얻은 행운이다.
노보노디스크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사용자들 사이에서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자, 아예 같은 성분의 용량만 바꿔 위고비로 출시한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1형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심장 치료제로 개발되던 화이자의 비아그라가 획기적인 발기부전 치료제가 된 것과 비슷한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위고비의 성공으로 다이어트와 성인 건강식품 산업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했다.
수년 전만 해도 글로벌 10위권 제약사였던 노보노디스크는 이제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등을 제치고 일라이릴리에 이은 2위 제약사가 됐다.
노보노디스크 시총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밀어내며 유럽 기업 가운데 가장 높아졌고, 덴마크 국내총생산보다 많다.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 국민주이다. 덴마크 개인투자자 가운데 20% 이상이 노보노디스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덴마크에서는 노보노디스크를 경제 상황 분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 기업의 성공이 국가 경제와 시장 분석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단스케 은행의 경제학자 옌스 네르빅 페데르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덴마크에서 단일 기업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제약 산업이 없었다면 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않은 수준이어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선 재산으로 기여
창립자인 크로그 부부는 인류에 기여해야 한다는 밴팅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아우구스트 앤드 마리 크로그 재단(현 노보노디스크 재단)’을 설립해 의료 연구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희소병 치료, 생명과학 발전, 병원 건립 등에 매년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특정한 소유주가 없는 공공 재단인 노보노디스크 재단은 노보노디스크 주식 2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다.
순자산은 2020년 기준 1202억달러(약 160조3000억원)로 대표 자선 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산 규모(502억달러)를 두 배 이상 앞선다.
과학계에서는 창업자 부부의 연구가 인류에게 미친 기여, 부부의 딸과 사위까지 모두 저명 과학자였다는 점에서 크로그 가문을 ‘덴마크의 퀴리 가문’이라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