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그린피스 제공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를 머지않아 그대로 방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중수소 베타 방사선이 흡입이나 섭취를 통해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면 인체를 투과하는 세슘 감마선 보다 두 배 이상의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중수소 내부 피폭은 먹이사슬을 통해, 또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 정보를 바꿔놓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티머시 무쏘(Timothy Mousseau)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는 27일(목)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홀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무쏘 교수는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삼중수소 논문 70만 건을 살펴본 결과, 이 가운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은 250건이었다”고 말했다. 전수 조사를 마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는 저에너지여서 외부에서는 피부도 투과하지 못하지만,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위험이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더 강한 이유에 대해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논문에서 “삼중수소는 생물 유전자 등에 손상을 미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효과비가 세슘 감마선의 2~6배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말했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와 난자, 그리고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며,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특히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무쏘 교수는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원전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주변의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 며, 자신이 직접 참여한 연구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시에도 주변 생태계에서 많은 생물들의 유전 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무쏘 교수는 저준위의 삼중수소라도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관련해 살충제 DDT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극미량의 DDT가 물고기와 설치류 등의 체내에 흡수된 뒤, 먹이사슬을 통해 대머리독수리, 물수리, 펠리컨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게 옮겨져 축적됨으로써, 이들 동물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일부는 멸종위기를 맞기도 한 것처럼 삼중수소가 어패류 등을 거쳐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이 “도다리와 전복, 해초 3종을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처리한 뒤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서 키우며,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삼중수소 농도 등만을 살펴보는 현재 방식은 과학적 상식에 비춰 보여주기식 연구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하며, “대상을 오염수에 노출될 수백 종의 생물로 확대하고, 주기적으로 유전 정보를 채취해 비교하며, 초국경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생물학 영향 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을 30년 내에 폐로하고, 오염수 방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허구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사고 원전 부지로 지하수가 유입되고,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투입되면서 매일 약 10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원자로 3개에 남아 있는 핵연료에 있고, 이 근본 오염원 제거 없이 폐로는 불가능하며, 오염수 방류도 무기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RPV)를 지지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받침대가 파괴되면서 구멍 난 원자로 바닥의 영상을 공개하고, 녹아버린 핵연료 파편의 뜨거운 열로 인해 구멍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약 37년 전 일어난 초르노빌 원전 사고 처리의 진행과정을 살펴볼 때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은 현재 진행형일 뿐 아니라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국제해양법을 비준한 일본 정부는 초국경적으로 미칠 생물학적 환경 영향을 사전에 충실히 검토할 의무가 있다. 일본과 한국, 태평양도서국을 비롯해 해양 환경에 영향을 받는 전 세계 시민 수억 명의 생명 보호를 위해 과학에 기반한 생물학적 안전성 검토가 결여된 오염수 방류 계획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캠페이너는 “ALPS 처리 후 많은 양의 물을 섞어도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전량 바다로 흘러나오고, 나머지 62종 방사성 물질 또한 제대로 처리된다는 객관적 검증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진행된 도쿄전력과 IAEA의 방사선 영향 평가와 그에 대한 검증 조치는 국제해양법이 강조하는 ‘사전 예방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제해양재판소를 통해 방류 계획 중단과 같은 강제적 잠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미칠 영향에 직접 노출된 태평양 도서국과 일본, 한국 시민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모아 각국 정부와 도쿄전력 등에 전달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방사선 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지난 20년 동안 초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노출 생물의 DNA 영향을 연구하며, 130 건의 논문을 발표한 현장 중심 과학자이다. 최근 초르노빌 사고원전 주변의 떠돌이 개들을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하고,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nece Advances)’를 통해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과정에서 한국 측 자문을 맡았고, 제네바에서 열린 WTO 소송에 감정인(Expert Witness)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30여 년 경력의 원자력 및 에너지 전문가로 초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 현장을 방문해 조사활동을 벌이는 등 지구와 인류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12-2013년에는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미국 지부 원전 캠페인 국장으로 캘리포니아주 산오노프레 원전의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설계의 심각한 문제점을 폭로해 해당 시설의 영구 폐쇄에 기여했고, 2019년 1월 [도쿄전력 오염수 위기] 보고서 발표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세계 최초로 폭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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