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꿀벌 100억 마리 사라져도 괜찮다는 농식품부에 그린피스 “꿀벌이 살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 김만석
  • 등록 2023-03-08 10:05:59

기사수정
  • 온도 상승과 강수량 저하는 응애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문에도…농식품부 “기후변화 아냐”
  • 꿀벌을 ‘가축’으로만 인식하면 살리기 어려워…환경부 등 참여한 전문위원회 출범해야


▲ 사진=픽사베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약 40~50만 봉군(벌통 하나당 평균 2만 마리의 벌이 서식하므로 약 100억 마리로 추정)이 사라졌지만 양봉산업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2월 22일 발표했다. 또한 폐사 원인은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의 방제 실패가 주를 이루며, 기후변화는 이번 꿀벌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자료 링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농식품부의 발표에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범 국가적 꿀벌 보호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첫째, 응애 피해 규모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작년 남부 지방은 역대 최장의 가뭄을 기록했으며, 연평균 기온은 12.9도로 평년보다 0.4도 높았다. 기후변화로 응애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었다. (관련 논문)


둘째, 농식품부는 2022년 꿀 생산량이 평년보다 15% 높으므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은 역대 가장 적은 강수량으로 아까시 나무 꽃대 발육과 봄 벌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벌통 당 꿀 생산량이 평년 대비 45%나 늘어난 것이 원인일 뿐이다. 2020년의 경우,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로 꿀 생산량이 약 1만 톤(평시 2만톤 대비 50% 감소)에 그쳤다. 불규칙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꿀 생산량도 들쑥날쑥한 것이다. 특히 꿀 생산량은 양봉산업의 지표일 뿐, 종 다양성 지수 등 생태계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보기 어렵기에, 꿀 생산량이 높다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농식품부는 한국의 양봉 사육밀도가 ㎢당 21.8 봉군으로 미국의 80배 수준이니 생태계 영향이 적다고 밝혔다. 그러나 꿀의 원천이 되어, 밀원수의 양을 가늠할 수 있는 천연 꿀 생산량으로 비교하면, 미국은 한국의 2~3배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의 밀원수는 지난 50여 년간 70%나 줄어들어, 벌들이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즉 한국의 양봉 사육밀도가 전 세계 1위란 것은, 벌들이 좁은 땅 안에서 줄어드는 먹이를 두고 벌들이 경쟁을 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이는 되려 한국의 벌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한다.  


셋째, 농식품부는 월동 피해 후 여왕벌이 개체 수를 증식하므로 괜찮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월동 피해 규모는 매년 악화되고 있다. 이토록 피해 규모가 커진다면, 여왕벌의 번식 능력만으로는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농식품부는 꿀벌이 아닌 나비, 야생 벌 등에 의한 화분매개 비중이 크므로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봉 꿀벌이 사라지는 환경이라면 야생벌을 비롯한 곤충의 생존도 어려워진다.


농식품부의 이번 발표를 분석한 결과, 그린피스는 농식품부가 꿀벌을 가축 산업의 일종으로만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꿀벌의 실종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붕괴는 농업은 물론 우리 세대와 후손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그린피스는 현재의 꿀벌 문제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더불어 환경부, 산림청 등 정부 다부처로 구성된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은 다 부처, 다국가간 위원회를 설립해 꿀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국내 꿀벌 문제의 개선을 위해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지난 1월 공문과 서한을 보낸 상황”이라며, “환경부는 회신했으나 농식품부는 아직도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꿀벌 문제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도록, 대중에 꿀벌과 야생벌의 가치를 전하고 정부에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요구하는 등 꿀벌 캠페인을 지속할 것” 이라고 전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2.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3. “We Serve” 실천 60년…울산라이온스클럽이 미래 100년을 향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울산라이온스클럽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6시 30분, 울산 보람컨벤션 3층에서 울산라이온스클럽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사회 인사뿐 아니라 울산 무궁화라이온스클럽을 포함한 30개 라이온스클럽의 회장단과 라이온들이 참석해 울산라이온스클럽의 60년 역사를 함께 축...
  4. [신간소개]악마의 코드넘버 새디즘 신은 나를 버렸으나, 나는 12미터의 종이 위에 나만의 신을 창조했다." 18세기 가장 위험한 작가, 마르키 드 사드의 충격적 실화 바탕 팩션! '사디즘(Sadism)'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남자, 마르키 드 사드 백작. 그는 왜 평생을 감옥에 갇혀야 했으며, 잉크가 마르자 자신의 피를 뽑아 글을 써야만 했을까? 전작 《지명의 숨겨진 코드》...
  5. 【기자수첩】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제천문화원 사태, 제천시는 무엇을 했나 보조금은 ‘지원금’이 아니다.혈세다. 그리고 그 혈세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최근 제천문화원과 관련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내부 제보 내용은 단순한 회계 미숙이나 행정 착오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조금 집행 이후 카드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의혹, 회의참석 수당과 행사 인건비가 특정 인...
  6. “염화칼슘에 가로수가 죽어간다”… 제천시,친환경 제설제 782톤’ 긴급 추가 확보 충북 제천시가 겨울철마다 반복돼 온 염화칼슘 과다 살포로 인한 도심 가로수 피해 논란 속에, 뒤늦게 친환경 제설제 782t을 추가 확보했다.환경 단체와 시의회의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가 올해 겨울철 제설 정책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지난 9월 19일 열린 ‘제설제 과다 살포에 따른 가로수 피해 실태 간담회’에서는 “인도 ...
  7.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