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경찰청의 총경급 인사를 보면서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었다. 160만 전·현직 경찰은 21세기 대한민국 경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에 대해 “이럴 수는 없는데”라는 푸념과 함께 어안이 벙벙해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 총경급 전보 인사 직후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인사권자로 역량 자질은 물론 공직관과 책임 의식, 대내외 다양한 평가 등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457명에 달하는 보직 인사의 기준을 다 설명해드릴 수는 없다”며 “총경 복수직급제 도입으로 기존 인사 원칙에 개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에 대해 대다수 전·현직 경찰들은 작년 7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이 소위 ‘한직’으로 전보되는 등 보복 성격이 짙은 인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30년 재직 후 퇴직한 필자는 재직 시 인사 때마다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인사와 같은 일방적 인사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이번 인사의 허점은 바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 총경회의가 개최될 때 참가했던 인물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 참가했던 본청 팀장 이 모 총경의 경우, 신임 총경이 가는 교육원 센터장으로 전보됐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충경 두 명은 선임이지만 후임이 있는 112 상황팀장으로 이동 발령됐다. 심지어 서장 참석자들은 6개월 만에 이동 발령 조치하는 등 회의에 참석했던 모든 총경들을 상대로 보복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이다.
필자는 이번 인사가 단행된 후에 자연스레 후평을 들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경찰 조직의 앞날에 많은 걱정을 드러냈다.
“경찰이 거꾸로 가고 있다. 이건 물갈이지, 인사가 아니다. 경찰 조직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다”는 등등의 반응을 보였다.
필자 역시 이번 인사는 너무나도 치우친 편향 인사라고 생각한다. 당면한 조직 관련 문제에 대해 그것도 토요일 오후 시간을 이용해 정상적인 토론을 거쳤을 뿐인데, 정권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보 조치를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의 대표인 경찰 출신 청장이 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경찰에서는 한 번도 이처럼 비상식적인 인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려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나? 지난해 6월에 시행된 경찰국 신설 시 당시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강변을 통해 전 경찰이 반대하고 있는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다.
그런데 첫 작품이 이처럼 졸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 번 양보해서 이번 인사가 국민 정서에는 합당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결단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의 일원인 160만 경찰 가족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널리 신하의 의견을 물으면 명군이 되고, 일부 사람들의 말만 믿으면 암군이 된다. 명군의 예로는 요순을 들 수 있고, 암군의 예로는 진시황, 양무제, 수양제 등을 거명할 수 있다.”당 태종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앗던 위장이 남긴 이 말은 지금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교훈이 되고 있다. 우리 대통령에게는 이런 충신이 없는 것일까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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