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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으로 유혹하는 펀드나 직접투자, - 피하기 어려운 폰지사기 이회두 본부장
  • 기사등록 2015-08-17 17:58:53
  • 수정 2015-08-17 21: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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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으로 유혹하는 펀드나 직접투자,

피하기 어려운 폰지사기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에게서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다. 오랫동안 해외에 있다가 귀국했는데 다시 출국하기 전에 옛 지인들을 보고 가려한다기에 밤늦은 시간에 자리를 했다.


“이 본부장, 내가 그동안에는 고생 좀 했는데 얼마 전에 기막힌 아이템을 찾았어요, 잠시 후에 누가 오는데 한 번 얘기나 들어봐요, 나보다야 본부장이 탁월한 사람이니까 딱 들으면 알거예요, 아 기가 막혀요, 진짜, 아 엄청나요.”


가족얘기니 뭐니 의미 없이 술잔을 좀 돌리더니 마침내 선수?가 등장했다. 밤 늦은 시간임에도 반짝이는 구두코에 고풍스러운 넥타이핀, 요즘 보기드문 전형적인 선수다.


선수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중국이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엄청난 양의 보물급 골동품이 발굴되었는데, 그 동안은 고위급 공산당원들의 차지였지만 지금은 시진핑 주석이 휘두르는 사정의 칼날 아래 물건들을 처리하지 못해 큰 사단이 나고 있다면서 내게도 골동품에 투자할 기회를 주겠단다.


“여기 장사장이 하도 신세진 분이라며 소개를 하시길래 왔는데 본부장님이라고 하셨나, 귀한 기회를 잡으시는 겁니다. 저희 팀에는 서안에서 뒤로 나온 보물은 물론 보시라이가 숨겨둔 물건도 확보가 되어 있습니다.”

잘 알겠으니 개인메일로 자료를 보내달라, 검토해 보겠다, 늦었으니 이만...


필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장사장이 거들었다. “본부장, 본부장 물론 처음에는 나도 믿지 않았어, 나랑 같이 가볼래요? 중국에 전시장이 있어요, 다음 주에 떠나는데 벌써 20여 명이 꽉 찼는데 본부장은 제가 특별히 모시고 가야죠.”


이들은 보통 2인 1조로 구성되어 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포섭대상을 공략한다고 한다. 상대방은 최대한 띄워주면서 어리숙한 연기로 상대를 안심시키는 초대담당이 있다.


그렇게 포섭 대상이 나타나면 중국 공산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거래가 합법적인 경매도 있고 한중일 비선라인을 통해 은밀히 부자들끼리 암거래도 하면서 물건 당 최고 7000프로까지 수익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선수?가 있는데 수익률은 뻥튀기할수록 초대손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사진>골동품의 진위를 일반인이 식별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진은 경찰에 압수된 가짜골동품.



초대 손님들을 안심시키는 최대의 사기 쑈는 중국 박물관 방문이다. 중국에 있는 박물관에 VIP 대접을 받으며 골동품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환대를 받으며 투자 약정서를 쓰게 되고, 큼지막한 붉은 도장이 박힌 수익률이 확정되어 있는 중국어로 작성된 호화로운 문서도 받아온단다.


실제로 거래되는 내용이 있느냐는 물음에 가끔 사진을 찍기 위해 풍채 좋은 중국인들과 모조품을 거래하는 연출을 한다는 대답이다. 물론 지방의 최고급 호텔의 회의실 하나를 빌려서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호텔의 회의실은 물론이고 공장이 딸린 사무실에 나름대로 훈련된 직원과 운전기사까지 딸려서 며칠 단위로 빌려주는 현장을 자주 목격했다. 가짜 은행을 만들어 영업을 하며 투자자를 끌어들인 사건도 있었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진위여부를 알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사장은 200만 원을 투자해서 4개월 만에 1100만 원을 배당 받았다고 했다. 투자하는 초기에 이미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으나,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딱 한번만 더하자는 마음에 식구들의 돈까지 끌어들여 2000만원을 더해서 집어넣고 배당을 받기위해 초대손님을 끌어 모으는 사업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도 이미 투자사기에 말려들었음을 눈치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자신을 바보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몇 건만 초대하면 자신의 본전은 찾을 수 있고, 그 손님들도 몇 명만 모집하면 되는 거지, 잘만하면 수익이 날 수도 있다는 자기합리화를 시키기도 한다.


최근에 나타나는 이러한 방식의 폰지 사기(영어: Ponzi scheme)는 앞서의 사례처럼 골동품이나 국가채권, PPP투자, 지하자원, 줄기세포개발, 기후산업 펀드는 물론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 핀테크회사, 해외 다단계회사설립, 온라인쇼핑몰, 해외여행 등을 내세워 수익률 몇 백프로 이상의 투자처라는 미끼를 던진다.


<사진출처 위키디아> 찰스폰지의 이름을 따서 폰지사기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폰지사기란 투자를 빙자한 사기 수법의 하나로 실제로는 이윤 창출이 없이 뒷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앞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시 말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소위 호갱 돈으로 선수 입막음하는 방식의 사기이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통의 정상적인 투자가 보장할 수 없는 고수익을 단기간에 매우 안정적으로 보장해준다고 그럴싸하게 광고한다.


폰지사기라는 용어는 찰스 디킨스의 1857년 소설 Little Dorrit에 등장한 그야말로 소설에나 있을법한 사기를 대규모로 성사시킨 찰스폰지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그는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쿠폰이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크게 변한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는 점에 착안하여 해외에서 이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유통시켜 차익을 얻는 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폰지는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금이 지급되자 재투자를 하는 한편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투자 총액이 몇 달 만에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폰지로서는 국제우편쿠폰을 굳이 매매할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고, 실제로 끊임없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물량이 무한정할 수도 없을테니 필연적으로 사기행각으로 이어지게 되는 이런 어리석고 황당한 사기에 누가 당하랴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한때 나스닥 증권거래소 의장을 맡기도 했던 버나드 메도프의 이름을 믿고 메도프의 폰지사기에 걸려든 피해자들의 명단과 그 규모를 보면 입을 다물 수 없는 지경이다.


<사진>버나드 매도프는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버나드 매도프는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 버나드매도프LLC를 설립한 뒤 20년 가까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2008년 FBI에 체포되기까지 최대 65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행각을 벌였다.


미 증권업협회의 핵심멤버로 애플,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시스코, 구글 등을 나스닥에 상장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버나드 매도프의 자산운용사의 폰지사기에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무수한 유명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경우엔 그의 자선제단인 분더킨더 재단의 기금 중 대부분을 메이도프 펀드에 맡겨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의 사학연금 등도 피해를 입은 버나드 매도프 고객은 수천 명의 부유한 투자자와 유대인 자선단체, 유명인사, 퇴직자들이며 그의 금융사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 지불 능력보다 더 많은 인출이 일어나자 전모가 드러났다. 매도프는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아버지의 폰지사기행각을 폭로한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은 사기 사건이 드러난 2년 후 자살했고 남은 한 명도 2014년 외투세포림프종으로 사망했다.


폰지사기는 사기행각을 알게 되어도 지인들과의 관계상 고발을 하기도 여의치 않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자기를 속이게 되면서 반드시 초대손님들이라 부르는 후속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처음부터 빠져들지 않는 수밖에 없다.


<사진>'나를 잡을 수 없다'고 호언하던 조희팔은 결국 중국으로 밀항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사기사건으로 조희팔 사건이 있다.


2004년 10월부터 2008년 10월 말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재임대용 의료기 1대를 440만원에 계약하면 회사에서 7일의 임대처 확보 기간을 거친 후부터 임대수익금을 매일 꼬박 꼬박 밀리지 않고 지급하니, 누구라도 속을 수밖에 없는 ‘믿을만한’행각에 사람들은 수억 원씩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희팔과 주요 임원진은 임대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해지는 D-Day를 사전 예측하여 2008년 10월말 대구 본사의 전산망을 파기하고 돈을 챙겨 국내에 숨어 있다가 ‘MB정권은 나를 못잡는다’던 장담처럼 12월 9일 태안 마검포항에서 중국으로 유유히 밀항해버렸다.


조희팔의 밀항도주 이후에도 몇 명의 사법관계자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2010년에는 고철무역업자 현모(52)를 상대로 피해자끼리 소송전이 벌어지고 검찰의 미흡한 판단으로 추징에 실패하는 등, 검찰 추정액 4조원에 3만여 명의 피해자들을 양산한 이 사건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최근까지 투자자들에게 고가의 운동기기를 산 뒤 위탁하면 구매 대금의 80% 이상의 수익을 받고 위탁 기간이 끝나면 운동기기 금액의 50%를 돌려줄 수 있다고 속여 모두 6만8천 차례에 걸쳐 투자금 8,192억 원을 챙긴 혐의로 55살 남 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65살 허 모 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5단계 직급 체계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았고 운동기구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조희팔의 사기행각을 그대로 답습한 범죄를 벌인 것이다.


이러한 악질적인 피라밋 다단계범죄에,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은 안된 일이지만 국가 전체의 돈은 빠져 나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관할 감독부서가 바쁜건지 아니면 모종의 구린 구석이 있는건지 정부에서는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단호한 처벌과 엄정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유사범죄는 더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피해자는 계속해서 양산될 것임은 너무도 확실한 노릇이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한 이런 사기범죄들은 처음 들을 때는 황당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믿을만한 상황’이 눈앞에 실제로 보이다보니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게 되는, 돈 앞에 속수무책인 슬픈 현실이다.



‘보여주면 믿겠다’는 말은 사기를 치는 사람들에게는 ‘보여주기만 하면 속일 수 있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보이는 것이라고 반드시 실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믿고 싶은대로 보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늘도 수많은 '믿을만한' 사기꾼들이 대형 폰지사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나리오를 짜고 있을 것이다.




공짜의 대가는 혹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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