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봄날은 간다>
  • 조정희
  • 등록 2021-05-18 12:41:47

기사수정

한국의 시인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가요가 무엇인지 설문 조사를 한적이 있었다.


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한 노래가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 이다.


물론 이영애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 에서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도 좋은 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봄날은 간다'는 손노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로 녹음되어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새로 등장한 유니버살레코드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발표되었다. 


가수 백설희의 실질적인 데뷔곡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래 3절 가사로 만들어졌으나 녹음 시간이 맞지 않아 초판에는 제1절과 제3절만 수록되었다. 


초판에 수록되지 않은 제2절은 백설희가 다시 녹음한 재판에 수록되었고, 이후 다른 가수들의 녹음에도 대부분 수록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대중음악 중에 좋은 노랫말은 때로 시다.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가슴을 울리는 노래는 더욱 그러하다.


작사가 손로원은 원래 화가였다. 광복 후 '비 내리는 호남선'을 비롯한 여러 가사를 썼다. 


그는 6.25 전쟁 때 피난살이 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니 사진을 걸어뒀다.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이었다. 사진은 판자촌에 불이 나면서 타버렸다. 그가 황망한 마음으로 가사를 써 내려갔다. 


작사가 손로원은 금강산에  미망인인 어머니를 홀로 두고 방랑했다.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이가사를 지었다.


봄이 오기전에 이노래를 들으면 지나간 봄이 그립고 아련하다. 

그러다 막상 봄이와서 이노래를 들으면 봄날이 가는 것에,

꽃잎이 지는 모습에 속절없이 가슴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봄이 지나면 그 기약이, 그맹서가 봄날이 사라지듯 흘러가 버린 것을 깨닫는다.


언제나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시절은 너무 짧아 대책없이 지나간다.그러니 화사할수록 때로는 심란하다.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다시오는 봄은 이미 봄이 아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자던 맹서도 세월 앞에는 속절없이 사라진다.


봄날은 그렇게 간다. 

청춘도 그렇게 간다.


다시 오지 않을 젊음의 회한이고 기약없는 맹서일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 봄이 얼마나 남았을까.

계절은 봄이지만 우리의 봄은 오래전 아련한 기억이다.


누이를 보냈던 신작로 길에 구름이 사라지듯...


우리의 삶과 함께 봄날은 간다ㅡ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고양시, 서북부 광역시티투어 '끞' 12월까지 운행 고양특례시는 서북부 광역시티투어 '끞'을 이달부터 12월 7일까지 하반기 운행을 한다고 4일 밝혔다.'끞'은 경기도, 고양·파주·김포시, 경기관광공사가 함께하는 지역 여행 프로그램으로 3개 시의 앞 자음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경기 서북부의 문화·예술·자연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25명 이상 단체 예약 때는 ...
  5. 김정은-시진핑 6년 만에 정상회담…북·중 관계 개선 신호탄 북-중 정상회담이 4일 6년 만에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만남은 경색됐던 북-중 관계 개선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저녁 7시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북-중 양자 회담은 시...
  6. 백령도 서해 최북단에 자리한 백령도는 마치 흰 날개를 펼친 새처럼 바다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섬이다. 두무진의 거대한 절벽은 수억 년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성채처럼 늘어서 있으며, 가까이 다가가면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같은 바위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7.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