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경을 허문 편지 두통/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 안남훈
  • 등록 2021-04-14 13:43:00

기사수정

국경을 허문 편지 두통/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2차 세계 대전 중 영국군과 독일군이 공중전을 하다가

영국 전투기가 독일 전투기 한 대를 격추시겼습니다.

그 전투기를 격추시킨 영국 공군 장교가 착륙하여 추락한 독일 전투기에 접근해보니

전투기는 완파되었고 독일 공군 장교는 피를 흘린채 죽어 있었습니다.


영국 장교는 야릇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죽은 독일 장교에게서 어떤 비밀스런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그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그 독일 장교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과

그 어머니가 보낸 편지 한 장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진 뒷면에는 ‘어머니의 사랑 속에’라고 적혀 있었고

편지 내용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구구절절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영국 장교는 그 유품들을 그냥 버릴 수가 없어 주머니에 간직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영국 장교는

자신이 격추시킨 전투기에서 죽어간 독일 장교의 생각이 늘 그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는 보관하고 있던 독일장교의 유품인 그 편지와 사진을 자주 보면서

아들을 잃은 그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와 그 독일 어머니를 일치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독일장교의 어머니가 자꾸만 자신의 어머니로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마음 속으로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러 보았습니다.

어머니 없는 그가 그렇게 속삭이고 나니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 멀리 독일에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그 독일 어머니에게 자신의 심정을 편지로 써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 편지가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는 몇번이나 망설이다가 그 일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잊어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강하게 밀려오는 상념이었습니다.


그는 그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아들과 함게 찍은 사진과 편지를 다시 보는 순간

그는 편지를 써야겠다는 강한 뜻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편지 겉봉에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독일 주소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드디어 펜을 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저는 영국의 공군 R 대위입니다. 제가 지난해 공군에 복무하던 중…”

그는 전쟁 중에 발생한 일들과 종전 후에도 계속 잊을 수 없었던

P대위(죽은 독일 장교)와 그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편지를 쓰게 된 심경을 자세하게 적은 후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습니다.


“….제가 차라리 P 대위의 시신이나 유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P 대위와 어머니에게 이토록 심한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저지른 불가피한 일이라고는 해도

저는 죽은 P 대위와 어머니로부터 어떤 방법으로든지 속죄를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머니, 제가 속죄 받을 수 있는 길은

오직 P대위를 대신해서 제가 어머니의 아들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제 뜻을 어떻게 받아 들이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원한을 품으실 수도 있고,

저로 인해서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시든지

저는 일방적으로라도 어머니의 아들로 살아 가고 싶습니다.

저의 이 진심을 받아주셔서,

자격도 없는 이 몸이지만 P 대위 대신 아들로 맞아 주신다면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하고 더할 수 없는 기쁨이 되겠습니다.


어머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저는 언제든지 달려가 어머님을 뵙고 싶습니다.

늘 강건하시기를 바라오며

하나님의 은총이 항상 어머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영국 공군 R대위가 독일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서

거의 한 달이 다 된 어느날 독일에서 편지가 한 장 날라왔습니다.

P대위의 어머니로 부터 온 편지 였습니다.

R대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설레이는 기대를 안고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펴보았습니다.

편지의 상단 첫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 R에게”

긴장했던 R대위의 표정이 금세 환해지더니 어느 듯 그의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R대위는 흥분을 진정시키면서 편지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 네 편지를 받고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그것은 전사한 내 아들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기 보다는

너의 그 아름답고 착한 마음이 안겨준 충격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총성이 멎은 후 조용해진 세상처럼

전쟁 중에 희생된 수 많은 전사자들과 그들로 인해서 흐느끼는 가족들의 곡성도

시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지는 지금

네가 보내 준 한통의 편지는 마치 전사한 내 아들이

다시 부활하여 R이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나타난 것과 똑같은 감격이었단다.


때로는 세상이 허무하기도 했고,

때로는 죽은 자식 생각하면서 낙심하고 절망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네 편지를 받고는,

이 세상에는 그 허무함도 그 절망도 다 극복시키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으로 치달을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있음을 나는 깨닫게 되었단다.

그 힘은 바로 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나에게 선물한 사람이 바로 너 R대위로구나!


지금까지 온 세상은 다 나의 고독과 슬픔과 한을 잊고 있는 듯 했는데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 온 세상이 다 나의 친구가 되고, 나의 위로가 되고,

나와 인생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언덕을 넘어가는 동반자로 느끼게 된

이 나의 심정을 너도 이해하고 함께 기뻐해주기 바란다.


생각해 보면 너나 죽은 P대위나 모두 전쟁의 희생자 이면서도

또한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던 장한 젊은이들이 아니었느냐.

높은 파도와 거친 물결이 흉용하는 저 바다라도

그 밑에는 물고기들의 고요한 서식처가 있듯이

전쟁이 휘몰고온 파도에 휘말렸던 나는 이제 너를 통해서 평온과 안정을 되찾게 되었으니

나는 물론이고 내 아들 P대위도 천국에서 얼마나 기뻐하겠느냐.


고맙다. 한 없이 고맙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 너와 나는 한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영국과 독일이, 적과 적이, 원수와 원수가 서로 손을 잡고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며

화평의 약속을 이루어가는 평화의 상징으로 남게 될 소중한 만남이 되리라고 믿는다.


내가 허락만 한다면 금방이라도 달려 오겠다는 네 마음처럼

나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구나.

약 두어달이 지나면 꽃피는 봄이 오는데,

그때쯤 시간을 내어 너를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기 바란다.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더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내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가 상봉하게 될 그날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린다.

-독일에서 엄마가-“


하나님은

우리 인간이 생명을 유지시킬 모든 자양분을 자연과 만물을 통해 공급해 주십니다.

동시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값지고 소중한 요소를 주셨는데 그것이 곧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있는 잠재력이기도 합니다마는

우리는 그 것을 끌어내어 표출시켜 사용하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아무리 어두운 이생의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즉 가난 속에서도, 질병 속에서도, 탄압과 압제 속에서도,

심지어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우고 행복의 열매를 맺어주고 있습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리얼시그널' 웹사이트...부동산, 예금, 주식, 가상자산 보유 현황 확인 (사진=네이버db)[뉴스21 통신=추현욱 ]고위 공직자들의 실제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서비스 '리얼시그널'이 그것이다.리얼시그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법관 및 검사, 군 장성 등 약 7000명의 자산 내역이 담겨 있..
  2. 의왕시 사근행궁, 의로운 왕의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자리 [뉴스21 통신=홍판곤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
  3. 단양 강풍 속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 추락…탑승자 1명 중상 지난 22일 오후 3시 34분께 충북 단양군 단양읍 노동리 양방산 전망대 인근에서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이던 50대 남성 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단양소방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종사 A 씨와 동승 고객 B 씨는 이륙 직후 강풍에 중심을 잃고 인근 야산으로 추락했다. 현장에 있던 패러글라이딩 업체 직원이 즉시 119에 신고했으며, 소방..
  4. 제천시, 초고압 송전선로 ‘1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침묵… 충북 제천시가 초고압 송전선로(345kV 신 평창–신 원주) 건설사업이 지역을 통과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행정의 무책임’과 ‘정보 은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제천시를 포함한 해당 구...
  5. 태백 라마다 호텔 충격 증언 "1,910명 등기는 껍데기, '무제한 멤버십' 판매가 본질" 태백 라마다 호텔 사태가 1,910명의 '지분 쪼개기' 등기 분양 문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무제한 멤버십 회원권' 판매를 통한 변칙적 수익 창출이 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과거 태백 라마다 호텔의 내부 관계자 A씨는 "기사화된 1,910명의 등기 문제는 전체 사기 규모의 100분..
  6. 국내 유명 배우 겸 모델 A씨, 캄보디아 인신매매 모집책 혐의…"한국 여성 강제전환"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배우 겸 모델 A씨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의 한국인 여성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30대 여성 B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일본어 통역 일을 함께하자”고 제안한 뒤, B씨를 프놈펜으로 출국시켰고 현지에서 조직원에게 500만원을 받고 넘긴 혐...
  7. 태광그룹, 애경산업 지분 63% 4700억원에 인수...매매 예정일자, 내년 2월 19일 [뉴스21 통신=추현욱 ]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4700억원에 애경산업을 인수한다.AK홀딩스와 태광산업 등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권 양수도 방안을 승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매각 대상 주식은 애경산업 보통주 1667만2578주다. AK홀딩스 보유주식 1190만4812주와 애경자산관리 보유주식 476만7766주다.이는 애경산업 전체 발행주...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