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빛으로 흐르는 도시, 서울의 겨울을 밝히다
  • 위성봉
  • 등록 2025-12-17 20:44:31

기사수정


겨울밤의 청계천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러나 2025년 겨울, 청계천은 그 어느 해보다도 찬란한 빛으로 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5 서울빛초롱축제(Seoul Lantern Festival)'는 단순한 야간 행사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거대한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축제는 청계천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물 위와 물가, 그리고 도심의 빌딩 숲 사이사이에 설치된 수백 점의 빛 조형물들이 겨울밤을 환상적인 예술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청계천 산책로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일상의 기억을 빛으로 되살리다


청계천 위에 떠 있는 등(燈) 작품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삶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봇대를 세우는 노동자, 마루에 둘러앉아 TV를 보던 가족,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청춘의 모습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물 위에 설치된 생활사 테마의 등 작품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 위로 반사되는 따뜻한 빛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공감의 다리가 된다. 아이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등을 바라보고, 어른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며한참을 그 자리에 머문다.


세계와 만나는 서울의 빛


이번 서울빛초롱축제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와의 연결'이다. 청계천 한복판에는 자유의 여신상을 형상화한 대형 등 작품이 설치되어 글로벌 도시 서울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변 고층 빌딩과 어우러진 이 작품은 마치 서울이 세계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듯하다.



또한 네온 아트 형식으로 표현된 미래 도시 서울의 모습은 젊은 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선으로 표현된 이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축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


서울빛초롱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은 작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연인과 손을 잡고 걷는 시민, 아이의 손을 꼭 쥔 부모, 친구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는 청년들까지. 청계천 산책로는 단순한 관람 동선을 넘어, 사람들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서울의 겨울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빛 축제는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빛으로 남는 도시의 얼굴


'2025 서울빛초롱축제'는 화려함만을 앞세운 이벤트가 아니다. 이 축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빛'이라는 매개로 풀어낸 하나의 서사시다. 청계천의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등불은 과거의 기억을 비추고, 현재의 삶을 위로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조용히 전한다.


겨울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곳에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등불처럼, 이 축제는 오래도록 시민들의 기억 속에 빛으로 남을 것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2. 【기자수첩】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제천문화원 사태, 제천시는 무엇을 했나 보조금은 ‘지원금’이 아니다.혈세다. 그리고 그 혈세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최근 제천문화원과 관련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내부 제보 내용은 단순한 회계 미숙이나 행정 착오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조금 집행 이후 카드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의혹, 회의참석 수당과 행사 인건비가 특정 인...
  3.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4. “We Serve” 실천 60년…울산라이온스클럽이 미래 100년을 향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울산라이온스클럽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6시 30분, 울산 보람컨벤션 3층에서 울산라이온스클럽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사회 인사뿐 아니라 울산 무궁화라이온스클럽을 포함한 30개 라이온스클럽의 회장단과 라이온들이 참석해 울산라이온스클럽의 60년 역사를 함께 축...
  5.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6. [신간소개]악마의 코드넘버 새디즘 신은 나를 버렸으나, 나는 12미터의 종이 위에 나만의 신을 창조했다." 18세기 가장 위험한 작가, 마르키 드 사드의 충격적 실화 바탕 팩션! '사디즘(Sadism)'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남자, 마르키 드 사드 백작. 그는 왜 평생을 감옥에 갇혀야 했으며, 잉크가 마르자 자신의 피를 뽑아 글을 써야만 했을까? 전작 《지명의 숨겨진 코드》...
  7. “염화칼슘에 가로수가 죽어간다”… 제천시,친환경 제설제 782톤’ 긴급 추가 확보 충북 제천시가 겨울철마다 반복돼 온 염화칼슘 과다 살포로 인한 도심 가로수 피해 논란 속에, 뒤늦게 친환경 제설제 782t을 추가 확보했다.환경 단체와 시의회의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가 올해 겨울철 제설 정책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지난 9월 19일 열린 ‘제설제 과다 살포에 따른 가로수 피해 실태 간담회’에서는 “인도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