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회말 1실점, 9회초 1득점···‘2실점, 5점 차’ 경우의 수 뚫어
[뉴스21 통신=추현욱 ] 한국 야구가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올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조별라운드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꺾고 미국 마이애미행 전세기 탑승을 확정했다. 정확히 ‘2실점 이하’, 그리고 ‘5점 차 이상’이라는 조건을 맞췄다.
타자들이 빠르게 1차 조건을 달성했다. 문보경이 5회초 담장을 직접 때리는 적시타로 5점째를 올렸고, 6회초 2사 후 김도영의 추가타로 6점째를 올렸다.
대회 내내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 중인 문보경이 이날도 펄펄 날았다. 2회 첫 타석 투런포로 시작했고, 3회와 5회 연달아 적시타를 때려냈다.
남은 건 투수들의 최소 실점. 몇 점을 올리든 3점째를 내주는 순간 탈락이 확정되는 극한의 부담을 안고 투수들이 차례로 마운드 위에 올랐다. 그 누구도 전에 경험하지 못한 가혹한 조건, 매이닝이 연장 끝내기 실점 위기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공 하나마다 투수들의 긴장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3루 한국 안현민이 희생 플라이 아웃으로 3루 주자 박해민이 홈인하자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선발 등판한 손주영이 1회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를 외야 뜬공과 내야 땅볼로 막아냈다. 그 손주영이 2회 시작과 함께 팔꿈치 통증으로 교체됐고 생각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지만, 최고령 노경은이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2이닝을 지워냈다.
3번째로 등판한 소형준이 5-0으로 앞선 5회말 솔로 홈런을 맞으며 8강 진출을 위한 여유 점수가 단 1점으로 줄었지만 대표팀 투수들은 사력을 다해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대표팀은 7회까지 6-1로 리드했다. 그대로 유지한다면 극적인 8강이었다. 그러나 8회초 무사 2루 찬스를 번트 실패와 연속 범타로 놓치면서 투수들의 부담이 커졌다.
운명의 8회말, 대표팀은 결국 뼈아픈 실점을 했다. 6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택연이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보내기 번트 후 메이저리그 전체 1순위 지명 출신 트래비스 바자냐에게 적시타를 내줬다. 조병현이 올라와 실점 없이 2아웃을 잡아내며 8강 탈락이 확정되는 3실점은 피했지만, 다시 4점 차로 좁혀진 것이 문제였다.
9회초 득점하지 못하면 이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 극적으로 간절했던 점수가 나왔다. 선두타자 김도영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1사 후 이정후가 유격수 땅볼을 때렸지만, 올시즌 KIA가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제러드 데일이 2루 토스 실수했다. 병살타가 무사 1·3루 찬스로 돌변했고, 안현민이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때려 7-2를 만들며 기어코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조건을 달성했다.
조병현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데일을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크리스 버크를 볼넷으로 내보낸뒤 후속 릭슨 윙그로브에게 우중간을 그대로 가르는 듯한 큰 타구를 맞았다. 주장 이정후가 몸을 던졌다. 완전히 빠지는 듯 했던 타구를 미끄러지며 건져냈다. 안타를 막았고, 동시에 한국의 8강 탈락을 막았다. 다시 힘을 낸 조병현이 던진 공에 마지막 타자 로건 웨이드가 친 타구는 내야 높이 솟았다. 1루수 문보경이 침착하게 공을 잡았다. 한국 선수단 모두가 그라운드로 달려나왔고, 호주 선수단은 침통하게 고개숙였다.
2009년 준우승 이후 길고도 길었던 WBC 조별 라운드 탈락의 역사가 드디어 깨졌다. 대표팀은 이제 세리머니처럼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