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청사 전경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인물 경쟁을 넘어 구조적 쟁점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정치 지형 속에서 경선의 무게중심은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논의 문건 논란이 촉발한 공천 공정성 문제, 2036 하계올림픽(전주) 유치의 국가 설득력, 장기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의 현실 정치로 옮겨갔다. 여기에 후보별 계파 인식의 재정렬이 겹치며 선거판의 전선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후보 구도 재정렬...‘친명’ 단선 프레임의 한계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김관영 전북지사, 이원택 의원, 안호영 의원, 정헌율 익산시장 등이다.
김관영 지사는 현직 프리미엄과 함께 과거 대선 국면에서 형성된 ‘이재명 인재영입 1호’라는 상징을 안고 중앙과의 협력, 도정 연속성을 강조한다.
반면 이원택 의원을 둘러싼 계파 인식은 보다 복합적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을 이낙연계 정치 경로를 거쳐 현재는 정청래 대표와의 의정·현장 협업이 잦은 ‘친청(親靑) 성향’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다만 이 의원 본인은 특정 계파 소속 규정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며 정책 중심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은 과거 정세균계로 분류돼 왔으나, 대선 이후 당내 주류와의 정책 공조를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계파보다 행정 경험과 위기 대응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실무형’ 포지션을 유지한다.
요컨대 전북 경선은 ‘친명’으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다층적 구도로 이동 중이다.
합당 문건 논란, ‘언어’가 만든 정치 파장
경선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변수는 합당 논의 문건이다. 일부 문건에서 전북도지사 공천이 전략·관리의 맥락으로 언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역 정서는 즉각 반발로 기울었다.
텍스트 분석의 요지는 세 갈래다. 첫째, 관리·전략 같은 중앙 효율 언어가 전북을 ‘대상화’했다는 인식. 둘째, 협상·안배라는 표현이 공천 거래 프레임을 자극했다는 점. 셋째, 지역 의견 수렴에 대한 명시적 절차 부재가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다.
이 논란 이후 경선의 초점은 정책 경쟁에서 공천 공정성·당원 주권으로 이동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용보다 표현 선택이 전북의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말한다.
올림픽 유치, 숫자 이후의 정치
전북도가 추진 중인 2036 하계올림픽(전주) 유치는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1을 상회하며 1차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선거 국면의 쟁점은 경제성 수치가 아니라 국가 설득력이다.찬성 측은 지방 분산 개최 모델과 국가 브랜드 제고, 관광·MICE 파급효과를 강조한다.
반면 검증론은 재정 부담의 지속성, 사후 활용, 전주권 집중 우려를 제기한다. 결국 관건은 누가 중앙정부·국회·체육계를 상대로 국가 사업으로서의 정당성을 설득할 수 있느냐다. 현직의 연속성, 국회의원들의 입법·당 네트워크, 행정형 후보의 효율 논리가 맞부딪친다.
전주–완주 통합, 재점화된 고난도의 선택
한 차례 무산 평가를 받았던 전주–완주 통합은 다시 선거 의제로 떠올랐다. 통합은 전주권에는 확장 기대를, 완주에는 정서적 저항을 동시에 낳는다.
김관영 지사는 광역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안호영 의원은 최근 추진 쪽으로 선회해 파장을 키웠다. 반면 통합에 따른 지역 불균형·주민 동의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쉽지 않다.
후보들은 ‘주민 동의–균형 발전–광역 경쟁력’이라는 삼중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정치적 줄타기에 놓였다.
인물보다 커진 질문
이번 전북지사 선거의 본질은 태도다. 전북을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주체로 대하는가, 중앙과의 관계를 권력 의존이 아니라 설득과 협력으로 풀어낼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으로 떠올랐다.
합당 문건이 건드린 자존심, 올림픽 유치가 요구하는 국가 설득력, 전주전완주 통합이 시험하는 조정 능력, 이 세 갈래 전선에서의 선택이 경선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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