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면역 회피 전략과 면역관문억제제의 작용 원리. 왼쪽은 암세포가 PD-L1을 통해 T세포의 PD-1과 결합하여 면역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이고, 오른쪽은 항체 치료제(PD-1 mAb, PD-L1 mAb)가 이 결합을 차단하여 T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만드는 원리를 보여준다." [뉴스21 통신=홍판곤 ]
2025년 10월 6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포럼에서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리 E. 브룬코우, 프레드릭 J. 램스델, 시키몬 사카구치 세 명을 선정했다.
그들이 밝혀낸 것은 우리 몸속의 '면역 브레이크', 즉 조절 T세포였다. 면역은 단순히 싸우는 기능이 아니라, 싸움을 멈출 줄 아는 지혜를 지닌 시스템이다. 감염이 끝난 뒤에도 면역 반응이 계속되면 오히려 몸을 파괴하기 때문에, 조절 T세포는 "이제 그만"이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 정교한 브레이크 메커니즘이 바로 인간 생명의 자기 복구 능력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는 "암은 면역의 적이 아니라, 면역의 오해에서 비롯된 질병"이라고 설명한다. 암세포는 우리의 면역 시스템을 교묘하게 속인다. 조절 T세포를 끌어들여 자신을 '아군'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암세포 주변에는 수많은 조절 T세포가 모여 "공격하지 마라, 저건 우리 편이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결국 킬러 T세포의 공격력은 약해지고, 몸의 복구 시스템은 내부의 배신자에 의해 교란된다. 즉, 병이 생긴 이유는 '면역이 약해서'가 아니라 면역이 잘못된 대상을 공격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을 오해하기 때문이다.
2018년 노벨의학상은 이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 이 원리를 임상에 적용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면역관문억제제'라 불리는 이 약은 조절 T세포가 내보내는 공격 중지 신호를 차단해 면역의 브레이크를 일시적으로 해제한다. 그 결과, 우리 몸의 킬러 T세포가 다시 깨어나 암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이번 2025년 수상 연구는 이 '브레이크'의 존재 자체와 그 작동 원리를 규명한 업적이다. 의학은 이제 '병을 치료하는 기술'에서 '몸이 스스로 낫도록 돕는 기술'로 나아가고 있다.
"조절 T세포(Treg)의 형성 과정. 흉선(Thymus)에서 자기 항원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T세포는 조절 T세포로 분화되어 면역 억제 기능을 수행한다. 이 세포들이 암세포 주변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면역 시스템이 암을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노벨위원회가 강조한 말초 면역 관용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존재의 조화'를 의미한다. 즉, 인간의 세포는 태초부터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지혜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불로장생은 오래된 인류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번 노벨의학상 연구는 그것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면역 균형의 회복이라는 과학적 목표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면역세포가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스스로 재생하고 복구하며, 이론상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불멸'은 현실적 가능성보다는 은유적 표현에 가깝지만, 그 방향으로 인류는 이미 발걸음을 내디뎠다.
2025년 노벨의학상은 우리에게 '병의 근원'을 다시 묻는다. 질병은 외부에서 온 적이 아니라, 내부의 오해와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학은 몸속의 언어를 다시 해독하는 일이다. 면역의 브레이크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의 세포는 다시 자기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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