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방제용 ‘훈증더미’, 산불 불쏘시개로 전락… 산림 행정 분절이 부른 환경 역설
  • 김만석
  • 등록 2025-10-20 10:38:31

기사수정
  • 5년간 218만 개 쌓이고 17%만 제거, 전국 산속에 방치
  • 재선충 방제와 산불 예방 따로 가는 행정 구조가 근본 원인

사진=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제작된 ‘훈증더미’가 제때 제거되지 않아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병해 방제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환경 재난의 요인으로 돌변한 셈이다.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2021년 30만 그루에서 2024년 148만 그루로 5배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훈증더미 설치 규모도 같은 기간 25만 개에서 72만 개로 급증했다.


문 의원은 올해 안동 대형 산불 당시 19만 개, 울주 산불 지역에는 4,500개의 훈증더미가 설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 주민 일부는 “불길이 훈증더미에서 다시 치솟는 장면을 봤다”고 증언했다.


훈증더미는 설치 후 6개월이 지나면 제거할 수 있지만, 산림청은 이를 장기간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전국에 제작된 훈증더미는 218만 개로, 이 가운데 제거된 것은 37만 개(17%)에 불과하다. 나머지 181만 개는 여전히 산속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훈증더미와 산불 확산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하지 않았고, 산불 예측에 활용되는 ‘산불확산시스템’에도 관련 정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산불 대응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금주 의원

문금주 의원은 “재선충병 방제와 산불 예방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산림관리’임에도 산림청은 이를 서로 다른 사업으로 나누어 관리해왔다”며 “훈증더미가 산불의 연료로 변하는 상황이 반복됐는데도 그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산림을 조각조각 나누어 보는 분절 행정으로는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을 막을 수 없다”며 “방제와 예방을 통합하는 산림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라 산림정책의 구조적 한계로 보고 있다. 병해 방제, 산불 예방, 수자원 관리 등 개별 정책이 서로 단절된 상태로 추진되면서 산림 전체의 생태적 순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마지막으로 “훈증더미 제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훈증더미의 연료량이 산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산불 예측 시스템에 반영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의왕시 사근행궁, 의로운 왕의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자리 [뉴스21 통신=홍판곤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
  2. 단양 강풍 속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 추락…탑승자 1명 중상 지난 22일 오후 3시 34분께 충북 단양군 단양읍 노동리 양방산 전망대 인근에서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이던 50대 남성 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단양소방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종사 A 씨와 동승 고객 B 씨는 이륙 직후 강풍에 중심을 잃고 인근 야산으로 추락했다. 현장에 있던 패러글라이딩 업체 직원이 즉시 119에 신고했으며, 소방..
  3. 제천시, 초고압 송전선로 ‘1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침묵… 충북 제천시가 초고압 송전선로(345kV 신 평창–신 원주) 건설사업이 지역을 통과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행정의 무책임’과 ‘정보 은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제천시를 포함한 해당 구...
  4. 김꽃임 도의원 “제천은 전력 수혜지 아닌 희생양… 송전선로 노선 전면 재검토하라”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 김꽃임 의원(제천1·국민의힘)이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345kV 신 평창~신 원주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제천 경유 노선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김 의원은 21일 열린 제429회 충북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이번 사업은 강릉발전소 전력을 강원 영서와 용...
  5. 매크로로 프로야구 티켓 10만장 싹쓸이한 40대 검거 프로야구 티켓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10만 장 넘게 예매해 되팔아 거액의 수익을 챙긴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유포한 20대 2명도 함께 검거됐다.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암표 판매 혐의로 A씨(42)를,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포한 20대 2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6. 태백 라마다 호텔 충격 증언 "1,910명 등기는 껍데기, '무제한 멤버십' 판매가 본질" 태백 라마다 호텔 사태가 1,910명의 '지분 쪼개기' 등기 분양 문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무제한 멤버십 회원권' 판매를 통한 변칙적 수익 창출이 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과거 태백 라마다 호텔의 내부 관계자 A씨는 "기사화된 1,910명의 등기 문제는 전체 사기 규모의 100분..
  7. 제천시, ‘2025 인구주택총조사’ 실시 충북 제천시가 오는 10월 22일부터 11월 18일까지‘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한다.이번 조사는 5년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국가 단위 통계조사로, 국내 인구와 가구, 주택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수집해 정부 정책과 지방 행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제천시는 전체 가구의 약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표본 가구에 거주하는 내&mid...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