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서민철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사실상 공중 분해하는 초유의 조치에 돌입하자,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선을 지켜온 예비역들과 정치권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방첩사 해체, 간첩은 누가 잡나?'를 주제로 긴급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번 조치가 국민 여론과 안보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채 국가를 무방비 상태로 내모는 "역사상 최악의 안보 자해행위"라며 맹렬히 규탄했다.
이날 토론회의 포문은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의 절규에 가까운 환영사가 열었다. 그는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국민 58.6%가 방첩사의 간첩 수사권 유지를 원했다. 반대는 29.9%에 불과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 위험천만한 정책을 도대체 누구를 위해 강행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북한은 물론 중국의 군사기밀 탈취도 점점 늘어나는 엄중한 상황에서 간첩 잡을 손발을 묶어놓으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나? 바로 북한이다”라며, "깊이 있는 고민이 없다면 방첩사 해체 논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성 장군 출신인 한기호 의원의 한탄은 안보 붕괴의 책임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로 이어졌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선택이었고, 앞으로 국민이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출신인 강선영 의원 역시 "정권의 입맛에 맞춰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첨단화·지능화되는 적의 위협에 맞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첩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허무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대한민국 안보를 스스로 포기하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토론회에서는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겨진 비논리적이고 위험한 실체가 낱낱이 파헤쳐졌다.

발제를 맡은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방첩사의 3대 핵심 기능인 '방첩', '수사', '보안'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간첩 수사는 축적된 노하우와 소명의식을 가진 프로 수사관들의 헌신이 필수적이며, 정보와 보안, 수사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능들을 억지로 분리하는 것은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격으로, 수사 전문성도 없는 국방조사본부가 과연 간첩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의문스럽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을 정권의 안보관 부재가 낳은 참사로 규정했다. 그는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방첩의 핵심 축을 스스로 흔드는 것은 격화되는 첩보전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국가안보의 중추를 정치적 고려로 뒤흔드는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남성욱 교수는 "과거 국방경비대에 침투한 남로당 세포 조직이 여순 반란 사건을 일으켰고, 이는 북한에 남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뼈아픈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며, 군 방첩 기능의 붕괴가 어떤 국가적 비극을 초래하는지 생생하게 경고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정부의 방첩사 해체 시도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질주'로 규정하는 성토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문제가 있으면 지휘부를 교체하고 제도를 보완하면 될 일"이라며,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보 시스템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정권의 개혁이라는 이름의 '칼춤'에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질주를 멈춰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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