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33년 만에 뒤집힌 판례… 대법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도 과세 가능”
  • 김민수
  • 등록 2025-09-19 17:15:00

기사수정
  • 대법원 전원합의체, 국세청 손 들어줘… 4조 원 국부 유출 막는다

국세청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도 국내 과세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3년간 유지돼 오던 기존 판례가 뒤집히며, 국세청은 향후 수십 조 원 규모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국세청과 미국 기업 간의 법적 분쟁에서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1992년 이후 유지돼 오던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은 것이다.



“등록 안 됐어도 실제 사용됐다면 과세 가능”

사건의 핵심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만 특허 등록된 기술을 사용하고, 그 대가를 미국 기업에 지급한 경우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간 법원은 특허의 속지주의 원칙, 즉 “특허는 등록된 국가에서만 보호된다”는 법리를 근거로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해선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 판결은 ‘사용의 실질’에 주목했다. 국세청은 이미 2008년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특허가 국내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국내 제조과정에 사용됐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판결은 이와 같은 국세청의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이제 국내 제조 과정에 사용된 해외 특허는 국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50년 된 입법자료까지 뒤져낸 국세청의 집요한 대응

이번 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국세청의 대응은 집요했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 합동으로 ‘미등록 특허 TF’를 구성해 장기간 소송을 준비했고, 국제조세와 지식재산권 전문가 등 외부 인력을 포함한 전문팀을 꾸려 대응 전략을 짰다.


심지어 1976년 작성된 조세조약 관련 입법자료까지 국가기록원에서 발굴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 자료는 우리 국회가 “사용료는 대가를 지급하는 국가에서 과세한다”는 해석으로 한·미 조세조약을 비준했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또한 미국 역시 특허 등록 국가가 아닌 실제 사용 국가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는 증거도 확보해 제출하면서 국제적 정합성을 강화했다.



국세청 “장기적으로 수십 조 원 세수 확보 기대”

이번 판결은 단순한 소송 승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 국세청이 과세한 사용료 관련 세액 중 불복 중인 금액만 약 4조 원에 달하며, 이 판례가 유지되지 않았다면 모두 국외로 빠져나갈 세금이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외국 특허를 사용할 경우 국내 과세권을 적극 행사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십 조 원 규모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번 승소에 대해 “국세청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정당한 과세권을 끝까지 지켜 국부 유출을 방지하고, 국가 재원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국도5호선 강제동 도로포장 보수공사 ‘부실 논란’…특허공법·재활용 아스콘 사용 여부도 도마 위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합류로 와 국도 5호선 강제동 구간에서 최근 진행된 도로포장 공사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포장 직후임에도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요철이 심해 “새 도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정관리 및 특허공법 적용 과정에 대한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
  2.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3. [속보]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4. “도심 속 힐링 명소 태화강국가정원, 겨울 문턱에 감성 더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초겨울 햇살 속에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황금빛 억새와 고즈넉한 수변 풍경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십리대숲을 따라 흐르는 강바람, 부드러운 정원길, 그리고 무장애 탐방로까지 갖춘 국가정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태화강국가정원은 2020년...
  5. 파주시, 내년 설 명절 전후 1인당 10만원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급...예산안, 시의회 통과하는 대로 [뉴스21 통신=추현욱 ]파주시가 소비 증진과 민생 안정을 위해 내년 초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25일 국내 유력 매체에 따르면 최근 파주시는 파주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여기에 기본생활안정지원금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총 사업비는 531억원 규모다. 지원금은 지역 화폐인 파주페이로 .
  6. “존엄하게, 동등하게”…울산 자원봉사 현장에 인권의 기준 세우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손덕화울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이사장 김종길)는 11월 21일 오후 울산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존엄하게 동등하게-인권으로 물드는 자원봉사 현장’을 주제로, 인권교육센터 ‘들’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해 자원봉.
  7.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실상은 '유령 계원'놀이터? (강원 고성 =서민철 기자) 총사업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강원도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300' 사업이 어촌계의 불투명한 운영과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촌계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계원 중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위장 전입자'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고성군과 거진읍은 형식...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