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현욱 kkabi95@naver.com
▲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의 주방가전 전시인 `유로쿠치나`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에 설치된 오븐
독일 지멘스도 AI가 최적의 요리 방식을 골라주는 오븐 시리즈인 iQ700을 공개했다. 손잡이가 없는 밀레의 ‘아트라인’ 오븐은 손으로 두 번 똑똑 두드리니 문이 열렸다. 독일 보쉬가 내놓은 오븐 ‘시리즈 8’에선 아마존의 음성비서 AI 알렉사를 불러 원하는 요리 형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빌트인 가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새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일반 가전 시장은 포화상태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보복 소비’,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로 가전 교체 수요가 크게 줄었다. 중국의 빠른 추격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604억 달러(83조5300억원, 2022년 기준) 규모의 빌트인 가전 시장은 탐나는 먹거리다. 특히 유럽은 전체 빌트인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가구와 어우러져야 하는 빌트인 가전은 일반 가전보다 단가가 높아 가전 시장에선 프리미엄 영역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전부터 이 시장을 노렸지만, 밀레·가게나우·라코르뉴 등 전통의 강자가 많아 고전해왔다. 가전의 기능 뿐 아니라 가구 같은 인테리어 효과를 원하는 유럽의 특성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2018년 유럽 빌트인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유럽 명품 가구업체인 발쿠치네·시크·지메틱·불탑 등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2005년 설립한 밀라노 디자인연구소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도자기 브랜드인 무티나, 목재 브랜드인 알피 등과 함께 디자인 연구하고 있다. 권해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파트장은 “난공불락 어려운 시장이지만, 그간 쌓은 유럽 감성의 디자인과 경쟁사 대비 우위인 AI를 적용한 사용성을 강조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절감 기술도 국내 업체의 무기다. 삼성전자 빌트인 가전에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전기 사용량(사용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서 세탁기를 돌릴 수 있다. LG전자도 냉장고 문을 열 거나 닫을 때 냉각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 등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을 선보였다.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사장)은 “빌트인 가전 사업에 준비된 플레이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3년 안에 빌트인 사업 매출을 현재의 두배 수준인 1조 원대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만큼 많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없고 스마트폰까지 있으므로, 이들 제품의 커넥티비티(연결성)를 잘 살리면 애플도 겨뤄볼 만하다”며 “올 하반기엔 가전 사업부가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