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조선의 기인]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시험 부정행위 (15)
  • 전영태 기자
  • 등록 2016-09-20 03:49:26

기사수정

조선(朝鮮)에는 과거제도가 있었는데 과거에도 지금과같이 많은 부정행위가 있었고 그 적발사례가 있다. 태조(太祖)에서 철종(哲宗)까지 472년간의 역사(歷史)를 기록한 편년체 사서(史書)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면밀히 살펴보면 문무시험 공히 시험 부정행위 및 그 처벌(處罰)에 관련된 기록(記錄)을 찾을 수 있다.

 

실록(實錄)에 따르면 과거시험의 부정행위 기록은 태종조에 처음 등장(登場)한다. 경승부윤(敬承府尹) 김 점(金 漸)의 아들이 문과시험을 치렀는데 그 답안(答案)을 고쳐 쓰게 해 적발(摘發)되자 태종에게 용서(容恕)를 빌었다는 대목이다. 특히 세종조 기록에는 부정행위 유형(類型)과 처벌에 관한 기록이 상세히 나와 눈길을 끈다.

 

고려말기 과거법이 크게 훼손(毁損)돼 시험 보러 가는 사람이 남을 고용(雇用)해 대신 답을 쓰게 하고 시험을 관장한 사람이 아는 사람을 먼저 뽑으려고 부정한 짓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또 다른 사람을 시험장에 보내 제술(製述)한 자에게는 과거 시험자격을 영원히 정지(停止)시켰고 속임수를 쓴 자에게 장() 100대와 도형(徒形) 3년을 집행(執行)하고 영구히 서용(敍用)치 않았다.

 

성종때 우부승지(右副承旨) 정성근(鄭誠謹)이 무과 별시(別試)에서 표적(標的)이 맞지 않았는데 감적관(監的官)이 북을 쳤고 4표적까지 화살을 쏘지도 않았는데 도청관(都廳官)5발 중 4발이 적중(的中)했다고 해 이들을 국문하게 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과거(科擧)는 국가의 큰 일으므로 반드시 징계(懲戒)해야 할 것이라고 왕에게 청()한 대목도 나온다.

 

중종 55년에는 동지사 허 굉이 중종에게 세종조에는 책() 지니는 것을 금단(禁斷)하는 법령(法令)을 엄중히 했기 때문에 초집(抄集)한 참고서적의 글씨를 잘게 써서 머리털 속에 감추기도 하고 입 속에 넣기도 해 과장(科場)에 들어왔는데 이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폐단(弊端)이 많다고 아뢰었다는 기록도 보여 과거에도 오늘날의 커닝 페이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광해군 때는 사헌부(司憲府)에서 전 강릉부사 박경업(朴慶業)이 강원도 시관으로 시험응시자 30여명의 답안지 겉봉에다 삼가 봉한다(謹封)고 손수 써 알아 볼 수 있도록 해 초장(初場) 시험에서 합격된 사람이 무려 17명이나 된데다가 응시(應試)한 여러 선비들의 분노(憤怒)까지 사 과장을 파하고 말았다는 대목도 보인다.

 

특히 숙종 33년 국가의 성쇠(盛衰)와 인재의 득실은 오로지 과시(科試)의 공사(公私)에 달려있다는 예조참의(禮曺參議) 박 권(朴 權)의 상소(上訴)는 이번 수능시험을 관리한 교육관청이 귀감(龜鑑)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은 공정(公正)해야 하며 부정행위가 적발됐을 경우에는 가차없이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데 별 이견(異見)이 없는 것 같다. 또 부정(不正)을 저지른 과거(科擧) 응시자와 관원(官員)들을 탄핵(彈劾)하는 상소를 임금에게 올려 벌하게 하고 시험을 책임진 관리가 그 책무(責務)를 소홀히 했다며 자신의 파직(罷職)을 청한 사실은 모든 부정행위 사건에서 처벌(處罰)을 면()한 가담자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국도5호선 강제동 도로포장 보수공사 ‘부실 논란’…특허공법·재활용 아스콘 사용 여부도 도마 위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합류로 와 국도 5호선 강제동 구간에서 최근 진행된 도로포장 공사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포장 직후임에도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요철이 심해 “새 도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정관리 및 특허공법 적용 과정에 대한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
  2.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3. [속보]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4. “도심 속 힐링 명소 태화강국가정원, 겨울 문턱에 감성 더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초겨울 햇살 속에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황금빛 억새와 고즈넉한 수변 풍경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십리대숲을 따라 흐르는 강바람, 부드러운 정원길, 그리고 무장애 탐방로까지 갖춘 국가정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태화강국가정원은 2020년...
  5. 파주시, 내년 설 명절 전후 1인당 10만원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급...예산안, 시의회 통과하는 대로 [뉴스21 통신=추현욱 ]파주시가 소비 증진과 민생 안정을 위해 내년 초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25일 국내 유력 매체에 따르면 최근 파주시는 파주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여기에 기본생활안정지원금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총 사업비는 531억원 규모다. 지원금은 지역 화폐인 파주페이로 .
  6. “존엄하게, 동등하게”…울산 자원봉사 현장에 인권의 기준 세우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손덕화울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이사장 김종길)는 11월 21일 오후 울산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존엄하게 동등하게-인권으로 물드는 자원봉사 현장’을 주제로, 인권교육센터 ‘들’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해 자원봉.
  7.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실상은 '유령 계원'놀이터? (강원 고성 =서민철 기자) 총사업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강원도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300' 사업이 어촌계의 불투명한 운영과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촌계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계원 중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위장 전입자'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고성군과 거진읍은 형식...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