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대문구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 방식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단전·단수나 건강보험료 체납 같은 위기 징후를 시스템이 먼저 읽고, AI가 초기 전화를 걸어 상태를 살핀 뒤, 복지 담당자와 동네 주민망이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구가 내건 방향은 분명하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더 빨리 사람을 보내는 데 쓰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동대문구는 지난 2월 ‘AI 공존도시’를 선포하며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출범시켰고, 이 자리에서 행정 전반에 생활밀착형 AI를 접목하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기반이 되는 것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 이른바 행복e음이다. 보건복지부는 단전·단수 등 45종 위기정보를 분석해 복지위기가구를 찾고, 2024년부터는 여기에 대화형 AI 초기 상담 시스템을 얹어 전화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담당 공무원에게 넘기도록 했다. 예전에는 공무원이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초기 상담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먼저 기초 상황을 확인하고 담당자는 정말 도움이 시급한 가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대문구도 이 체계를 활용해 정기 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구에 따르면 동대문구는 2025년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을 통해 위기 징후가 있는 고위험 대상자 9008명을 발굴했고, AI 상담과 조사 과정을 거쳐 4641건의 복지급여·서비스를 연계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정 데이터가 놓칠 수 있는 현장은 결국 사람의 눈이 메운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로 꾸린 ‘동네방네 두드림(do dream) 활동단’은 2023년 3월 출범한 뒤 매달 한 번 ‘두드림데이’를 운영하며 주거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순찰과 안부 확인을 이어오고 있다. 구에 따르면 동대문구 지역복지공동체는 지난해 위기가구 4만7213건을 발굴·지원했다. 동대문구는 이 같은 구조를 ‘AI+이웃’이 함께 움직이는 동대문형 발굴 체계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동대문구의 복지 안전망은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다. 구는 현재 ‘AI 안부든든 서비스’로 약 800가구를 지원하고 있고, 네이버클라우드와 연계한 ‘안부확인 All Care 서비스’로 200가구를 더해 총 1000가구까지 스마트 안부 확인 대상을 넓혔다. 여기에 위기가구를 발견한 주민에게 1건당 5만 원, 연 최대 30만 원을 주는 신고자포상금제도도 운영 중이다. 신고는 동주민센터는 물론 복지위기알림앱과 ‘복지누리톡’으로도 가능하다. 제도권이 먼저 못 본 위기를 동네가 알려주고, 행정이 바로 잇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필형 구청장은 “위기가구 발굴은 행정 혼자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체계”라며 “동대문구는 AI를 활용한 발굴관리시스템과 촘촘한 인적 안전망을 함께 가동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닿는 지원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대문구가 이번에 보여주려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행정, 그리고 그 신호를 실제 도움으로 바꾸는 사람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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