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이름 뒤 숫자 ‘1300’… 돈이 아니라면, 무엇이었나
  • 남기봉 본부장
  • 등록 2026-02-05 14:28:29
  • 수정 2026-02-05 14:39:16

기사수정
  • - 이름·동원·관계·기여도… 그리고 남은 숫자 하나 -
  • - 선관위와 수사기관 대응은 여전히 조용 -

충북 제천시 ‘선거조직 관리 문건’ 논란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문건에 담긴 숫자의 의미라는 더 깊은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


고발장은 접수됐고,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한 문제 제기까지 나왔지만,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대응은 여전히 조용하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이메일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표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신ㅇㅇ. 10. 광ㅇㅇ 동생. 상. 1300” 이 한 줄에는 이름, 관계, 동원 가능 인원으로 보이는 숫자, 기여도 또는 등급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차례로 배열돼 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1300’이라는 수치가 붙는다.


문건 전체를 살펴보면 약 2,800명 가운데 30여 명에게서 이와 유사한 형식이 확인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개인의 의도를 넘어서 관리 구조다. 이 문건은 김창규 제천시장 전 보좌관인 김대호 씨가 관여·관리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이 문건은 개인의 메모였는가, 아니면 조직적으로 관리된 자료였는가. 그리고 그 관리 체계 안에서 이 숫자는 어떤 기준으로 기록됐는가.


특정 인물들만 선별돼 있고, 숫자는 항상 일정한 위치, 문장 끝에 정리돼 있다.


이 대목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단순하지 않다. 이 숫자가 금전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액 표기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기록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관리 코드라면 통상 문자·기호가 사용되는데, 왜 현실적인 ‘숫자’가 선택됐을까.


특히 ‘동원 가능 인원’과 ‘기여도’로 보이는 항목 뒤에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수치가 보상·비용·대가와 연결된 개념은 아니었는지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현재까지 이 숫자가 실제 금액임을 입증할 자료는 없다. 그래서 기자는 이를 기사로 단정하지 않고, 기자 수첩에 남긴다. 


그러나 설명되지 않은 숫자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선거 관련 문건을 두고, 금전 가능성 자체를 금기처럼 외면하는 것도 비정상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 질문에 대해 그 누구도 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건 작성 경위, 관리기준, 숫자 표기의 의미에 대해 선관위도, 관계자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숫자가 돈이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데 주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즉각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선거는 숫자로 관리되는 사업이 아니다. 시민은 항목이 아니고, 표는 비용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름 옆에, 관계 옆에, 기여도 옆에 설명되지 않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선관위든, 수사기관이든, 이제는 답해야 할 차례다.기자는 숫자를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숫자가 왜 거기 있었는지를 묻는다.


‘1300’은 돈이 아니었는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보이게 기록됐는가.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 숫자는 점점 더 무거운 의미가 있게 된다.

충북 본부장 남기봉.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김한종 장성군수, ‘이재명 구속’ 동조 의혹... 민주당 중앙당 제명 청원 파문 [전남 장성=서민철 기자]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인 전남 장성군에서 현직 군수를 향한 ‘정체성 심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한종 현 장성군수가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지역 권리당원들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직접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
  2. "내년엔 파주 운정~강남 30분 시대". . . 국토부, GTX-A 삼성역 조기 정차 [뉴스21 통신=추현욱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삼성역 정차 시점이 1년 이상 앞당겨질 전망이다. 당초 2028년 10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준공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토부와 서울시가 임시 환승통로를 먼저 개통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르면 내년 6월 말부터 사실상 전 구간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GTX-A는 ...
  3. “감점 없다”는 후보들, “공개 못 한다”는 도당…군산시장 경선, 유권자는 무엇을 믿어야 하나 더불어민주당 군산시장 경선이 정책 경쟁보다 ‘심사 결과를 둘러싼 해석 충돌’로 흔들리고 있다. 후보들은 “감점 대상이 아니다”거나 “답변하기 어렵다”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전북도당은 “후보별 평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다.  취재 결과, 이번 논란의 핵심은 특정 후보의 감점 여부를...
  4. “울산 프로야구 시대 개막”… 울산웨일즈, 롯데 자이언츠와 역사적 첫 경기 [뉴스21 통신=최세영 ]울산시는 3월 20일 오후 6시 30분 문수야구장에서 2026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 공식 개막전인 울산웨일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개최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대형 스포츠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개막식은 경기 시작에 앞서 약 30분간 진행됐으며, 울산시립합창단 식전 공연과 선수단 및 내빈 소개, 개막 선언, 시구·시...
  5. 울산에너지고, 자동화 설비 산업기사 전원 합격 [뉴스21 통신=최세영 ]울산 북구 울산에너지고등학교(교장 이준호) 신재생에너지과와 전기에너지과 2학년 학생 36명이 2025년 제4회, 2026년 제1회 과정 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시험에서 자동화 설비 산업기사 종목에 전원 합격했다.  ‘과정 평가형 산업기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 직무 능력 표준(NCS)을 기반으로 설계된 실무교...
  6. BTS 광화문 공연 취재 제한 풀렸다... 취재 가이드라인 수정 [뉴스21 통신=추현욱 ] 하이브와 넷플릭스가 공동 주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기념 광화문 광장 공연이 언론 취재를 과도하게 제한해 비판받자, 취재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10분 촬영' 등의 제한을 완화했다.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21일 오전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THECOMEBACKLIVE | ARIRANG)의 취재 가이드라인 ...
  7. 제천시, 전 정책보좌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 본격화’…경찰, 시청 압수수색 충북 제천시 전 정책보좌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제천경찰서는 23일 오전, 김 전 제천시 정책보좌관이 근무하던 제천시청 자치행정과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보좌관이 사용하던 행정용 PC를 비롯해 개인 차량,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