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서민철 기자) "키오스크 교육을 받아도 막상 뒤에 사람이 서 있으면 무서워서 못 합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지키는 '관계'의 문제입니다."
2일 오후 2시, 동두천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경기도 실버 세대 디지털 활용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입법 정책 토론회’에서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임상오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는 이미 초고령 사회(노인 인구 25.86%)에 진입한 동두천의 현실을 반영하듯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 "디지털 소외는 곧 사회적 고립...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
정병걸 동양대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못 다루는 것은 단순히 불편한 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사회적 고립'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면서 느끼는 무력감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기술 숙달보다는 디지털을 매개로 한 사회적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번 배우면 잊어버려... 해법은 '노노(老老)케어'"
경기도 AI융합산업팀 원준석 팀장은 반복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노케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원 팀장은 "어르신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라며 "5060 신중년이 7080 어르신을 가르치는 방식은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돼 교육 효과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급증하는 AI 음성 위조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교육은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 "예산 없는 조례는 무용지물... 의무 조항 넣어야"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양혜란 동두천시 사회복지과장은 "동두천시 전체 예산의 19%가 노인복지 예산이지만, 대부분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이라 디지털 교육에 쓸 돈이 없다"고 털어놨다. 양 과장은 "조례에 '예산의 몇 퍼센트는 반드시 디지털 교육에 써야 한다'는 식의 강제성 있는 의무 조항이 없다면, 결국 '돈 없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될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입법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경연 동두천시 노인복지관장 역시 "현재 노인복지법에 편의 제공 의무가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지켜지지 않는다"며 "복지관에 교육 의무만 지우지 말고, 강사비와 최신 기기 구입비 등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오 위원장은 "오늘 나온 '노노케어 시스템 제도화'와 '예산 의무 편성' 등의 의견을 조례안에 적극 반영해, 경기도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두천의 높은 노인 인구 비율(25.86%)을 언급하며 지역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했다.
임 위원장은 "이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자존감이자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규정했다. 특히 현장에서 제기된 "예산이 수반되지 않은 조례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에 대해, 임 위원장은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예산 편성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조항을 조례에 담아 경기도 차원의 확실한 지원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해 청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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