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식품 제조업계 대표주자인 SPC그룹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업장 방문을 계기로 ‘2조 2교대’(맞교대) 중심의 교대 근무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비슷한 근무체계를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기존 근로시간 체제를 유지하다가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낭패를 볼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교대 근무제를 폐지할 경우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를, 근로자들은 임금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노사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SPC는 최근 하루 12시간 근무 구조인 2조 2교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오는 10월부터 야간 8시간 초과근무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12시간씩 일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질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5월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있었다.
2조 2교대는 2개 조가 하루에 12시간씩 교대로 일하고 이틀 일하면 이틀 쉬는 방식이다. 월 근무일은 15~16일로 적어 휴식시간이 많지만 1회 근무시간이 길고 야간근무가 껴 있어 피로 누적, 야간 집중도 저하로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SPC 시화공장 사망 사고도 새벽 3시 심야 작업 도중 발생했다.
SPC가 4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전체 기준으로 2조 2교대 생산라인은 53.7%에 달한다. 3조 2교대는 17.9%, 주간고정이 27.7%다. 근로자당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10.4시간이다. SPC는 2조 2교대 비율을 2027년까지 20%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SPC 관계자는 “2교대 근무제는 장기적으로는 없어질 예정이며, 교대제 개편을 위해 근로자도 곧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 2교대제는 공장을 밤새 가동해야 하는 신선식품 생산 업체나 주물·단조 등 뿌리산업에서 일반화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C는 2000년대 초반 신선식품 분야에서 교대제가 도입되는 데 선두 주자였다”며 “SPC의 이번 결정은 업계 전체의 판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각종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심야 근로가 줄어들 것”이라며 “제조업 등에도 교대제 근무 폐지가 확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 근로자 사이에선 “임금 감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민안 지정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기본급(통상임금)의 1.5배를 받는 연장·야간근로가 사라지면 임금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시급 1만5000원을 받는 근로자가 2조 2교대로 심야시간에 일하면 연장·야간 수당이 붙어 436만원까지 벌 수 있다. 반면 연장·야간근무 없이 주 5일 8시간 주간 근무만 하면 월평균 312만원가량을 받는다. 근로시간은 줄지만 임금도 거의 20%가량 삭감되는 셈이다.
경기 시흥의 한 제조업체에서 맞교대제로 일하는 한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짧아져도 임금이 줄면 사실상 투잡을 뛰어야 한다”고 했다.
SPC는 노조의 임금 저하 우려와 관련해 협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파리크라상은 영업이익이 0.9%대”라며 “교대제 개편으로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데 임금까지 보전한다면 적자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서병문 한국주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물산업도 전기로 때문에 맞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며 “3교대를 할 경우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울뿐더러 1인당 인건비가 낮아지면 채용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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