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의대 소속 병원 교수 과반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집단휴진이 예정돼 있다.
이날 휴진에는 전국 40개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 19곳이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참여하기로 해,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갈등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의료 공백’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 교수들의 진료 거부에 대해 ‘구상권 청구’까지 언급하고 나서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업의 모든 영역에서의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우리 헌법과 법률의 체계가 명확히 하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은 의사와 정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언제나 지켜야지, 지키다 말다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몸이 아픈 분들이 눈물로 호소하시는데도 지금 이 시간까지 의료계가 집단휴진 결정을 바꾸지 않고 계신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료계와 환자들이 수십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들의 휴진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교수 529명이 17∼22일 외래 휴진·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967명) 중 54.7%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들 병원의 수술장 예상 가동률은 기존의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대 비대위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면담했지만 휴진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비대위는 의원들에게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상설 의·정 협의체 구성, 의료계와 의대 정원 논의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휴진을 철회할 만한 수준의 답변을 듣지 못했는지’를 묻자 “국회가 내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짧게 답했다. 다만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 집단휴진에도 환자들의 불편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근은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전날 교수들에게 보낸 ‘휴진 기간 교수 행동 지침’을 통해 “휴진 또는 외래 예약 조정을 완료했더라도 반드시 출근하셔서 병원 내 상주해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예약을 옮기기 힘든 사유가 있거나, 예약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내원하는 환자, 약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상태가 악화돼 진료가 필요한 환자 등에 대해 적절한 진료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이미 예고한 대로 응급실, 중환자실 등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병동에 있는 환자들 역시 충분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비대위는 이날 불가피한 진료 외에는 서울의대 양윤선홀에서 열리는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줄 것을 독려했다.
서울의대의 한 관계자는 “(휴진)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진료 스케줄을 옮기지 못했거나 아예 옮길 엄두를 못 낸 교수님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비대위 방침에 따라 휴진 참여 의사는 밝혔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도 있을 텐데 무작정 휴진한다며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출근 취지를 설명했다.
18일 범 의료계 집단휴진을 선포한 의협은 이날 오후 정부를 향해 3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이날 오후 11시까지 답변을 줄 것을 요청했다. 3대 요구안은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2025학년도 포함)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다. 의협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18일 전면 휴진 보류 여부를 17일 전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집단휴진 진행 및 이후 무기한 휴진을 포함한 전면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이미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의료계 요구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시간을 거슬러 아예 없던 일로 만들라는 말씀은 몇 번을 고심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추가 입장을 내고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의협이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게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18일 집단휴진에는 개원의와 봉직의, 의대 교수 등 다양한 직역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대 외에도 의과대학 중에선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가 18일 휴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소속 병원인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이 소속된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와 서울아산병원 등이 소속된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18일 휴진 동참을 선언했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분만, 소아, 뇌전증 등 필수의료과목 일부 학회는 진료 유지 방침을 밝혔고, 대한응급의학회도 의료현장에 필요한 인력은 남겨둘 예정이다. 또 병원장들이 교수들의 휴진을 불허하고 있고, 정부 역시 교수 휴진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대본은 이날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고,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며 “병원에서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동네의원 등 개원가의 경우 13일까지 휴진 신청을 한 곳이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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