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작가님은 햄버거 먹어봤어요?"
  • 박영숙
  • 등록 2019-08-10 12:17:43

기사수정


세계 3대 도시빈민이 모여 사는
필리핀의 톤도에서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작가님은 햄버거 먹어봤어요?"
"응, 그럼."
"햄버거는 어떤 맛인가요?"
"궁금하니?"
"정말 궁금해요
사람이 잠들기 전에 자꾸 상상하면
상상했던 것들이 꿈에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잠들기 전에 햄버거를 상상해 보곤 하는데...
꿈에 나오질 않아요
사실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으니
제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시내로 나가 아이가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햄버거를 3개 사서 등교한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는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공책과 필기도구를 꺼내기 위해 분명 가방 안을 들여다 봤을 테고 햄버거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텐데...아니 냄새만 맡아도 눈치챘을 텐데...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가방 안에 햄버거 있는 거 못봤니?"
"아니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햄버거를 준 분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냥 먹을 수 있겠어요?
혹시 작가님이 넣어 주신 건가요?"
"응 그래. 알았으니 이제 어서 먹어 상하기 전에..."
"아 감사합니다"

아이는 웃으며 대답을 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순간 혼자 3개를 모두 먹고 싶은 마음에 주변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 의심했지만 아이의 행동에 나는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친구를 경계한 게 아니라 친구들의 수를 헤아린 거였으니까 식당에서 칼을 가져온 아이는 햄버거 3개를 15개로 잘라서 모여 있던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왜 나누는 거니?
햄버거 먹는 게 소원이었잖아"
"혼자 먹으면 혼자 행복하잖아요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는데
혼자만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눠 줄 수 없다는 건 불행이니까요
조금만 먹어도 저는 행복해요
우리가 모두 함께 먹었으니까요"

최악의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
아이들은 황폐한 곳에서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것 같지만
고통 속에서도 밝은 내일을 꿈꾼다
쓰레기로 가득한 동네에 살지만
세상을 바꿀 엄청난 꿈을 갖고 산다

어떤 사람은
이 아이들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정말 불행한 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도
불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국도5호선 강제동 도로포장 보수공사 ‘부실 논란’…특허공법·재활용 아스콘 사용 여부도 도마 위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합류로 와 국도 5호선 강제동 구간에서 최근 진행된 도로포장 공사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포장 직후임에도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요철이 심해 “새 도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정관리 및 특허공법 적용 과정에 대한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
  2.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3. [속보]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4. “도심 속 힐링 명소 태화강국가정원, 겨울 문턱에 감성 더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초겨울 햇살 속에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황금빛 억새와 고즈넉한 수변 풍경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십리대숲을 따라 흐르는 강바람, 부드러운 정원길, 그리고 무장애 탐방로까지 갖춘 국가정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태화강국가정원은 2020년...
  5. 파주시, 내년 설 명절 전후 1인당 10만원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급...예산안, 시의회 통과하는 대로 [뉴스21 통신=추현욱 ]파주시가 소비 증진과 민생 안정을 위해 내년 초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25일 국내 유력 매체에 따르면 최근 파주시는 파주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여기에 기본생활안정지원금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총 사업비는 531억원 규모다. 지원금은 지역 화폐인 파주페이로 .
  6. “존엄하게, 동등하게”…울산 자원봉사 현장에 인권의 기준 세우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손덕화울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이사장 김종길)는 11월 21일 오후 울산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존엄하게 동등하게-인권으로 물드는 자원봉사 현장’을 주제로, 인권교육센터 ‘들’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해 자원봉.
  7.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실상은 '유령 계원'놀이터? (강원 고성 =서민철 기자) 총사업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강원도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300' 사업이 어촌계의 불투명한 운영과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촌계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계원 중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위장 전입자'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고성군과 거진읍은 형식...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