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고〕11월 아동학대 예방의 날 맞이하여
  • 조광식 논설위원
  • 등록 2025-11-17 13:55:35
  • 수정 2025-11-17 13:57:24

기사수정

 여성청소년계 경사 우영진

“밖에 나가면 세상이 다 저를 보는 것 같아요.”처음 그 친구를 만났을 때, 그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범죄 피해 이후 스스로 방 안에 갇혀 햇볕조차 마주하지 않던 아이의 눈빛이 처음 내게 닿던 순간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나는 현재 학대예방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이 되기 전에는 아동·청소년기관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일하며, 아동학대로 입소한 아이들이 안정과 회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다. 

 

당시 피해자와 가족의 회복을 위해 힘쓰던 의성·군위·청송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님과 함께 ‘청춘다락’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으로 상처받은 청소년·청년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그 이름처럼 ‘청춘다락’은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은 청춘들이 잠시 머물러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한 걸음 내딛을 힘을 얻는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고자 했다.

 

어린 시절 학대 피해로 우울감과 대인기피를 겪으며 오랜 시간 은둔 생활을 이어간 아이가 있었다. 타인과 눈을 맞추기도 어려워하던 그 아이는 상담과 약물치료, 사회기술훈련을 통해 조금씩 세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분의 대화조차 버거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들과 웃음을 나눈다. “이제 사람들 눈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어요.”그 말은 회복의 시작과 함께 세상 속으로 돌아오겠다는 선언과 같았다.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학대’라는 단어는 한 순간의 폭력에 머무르지 않고, 피해자의 삶 전체를 흔드는 깊은 상처로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보호’에서 벗어나 ‘회복’과 ‘함께하기’로 나아가야 한다.

 

 

경찰이 된 지금도 나는 그때의 마음으로 현장을 바라본다. 법과 제도로 피해자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다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일이야말로 참된 예방이라고 믿는다.

 

학대는 폭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의 고통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용기와 그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는 사회가야말로 예방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 아동학대 예방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곁의 아이를 한 번 더 살피는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그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삶을 더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국도5호선 강제동 도로포장 보수공사 ‘부실 논란’…특허공법·재활용 아스콘 사용 여부도 도마 위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합류로 와 국도 5호선 강제동 구간에서 최근 진행된 도로포장 공사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포장 직후임에도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요철이 심해 “새 도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정관리 및 특허공법 적용 과정에 대한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
  2.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1보] 이재명 대통령, 남아공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첫 회담
  3. [속보]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메르츠 獨총리 "한반도·北 상황에 관심…한국의 대중국 인식 궁금"
  4. “도심 속 힐링 명소 태화강국가정원, 겨울 문턱에 감성 더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초겨울 햇살 속에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황금빛 억새와 고즈넉한 수변 풍경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십리대숲을 따라 흐르는 강바람, 부드러운 정원길, 그리고 무장애 탐방로까지 갖춘 국가정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태화강국가정원은 2020년...
  5. 파주시, 내년 설 명절 전후 1인당 10만원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급...예산안, 시의회 통과하는 대로 [뉴스21 통신=추현욱 ]파주시가 소비 증진과 민생 안정을 위해 내년 초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25일 국내 유력 매체에 따르면 최근 파주시는 파주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여기에 기본생활안정지원금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총 사업비는 531억원 규모다. 지원금은 지역 화폐인 파주페이로 .
  6. “존엄하게, 동등하게”…울산 자원봉사 현장에 인권의 기준 세우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손덕화울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이사장 김종길)는 11월 21일 오후 울산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존엄하게 동등하게-인권으로 물드는 자원봉사 현장’을 주제로, 인권교육센터 ‘들’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해 자원봉.
  7.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실상은 '유령 계원'놀이터? (강원 고성 =서민철 기자) 총사업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강원도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300' 사업이 어촌계의 불투명한 운영과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촌계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계원 중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위장 전입자'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고성군과 거진읍은 형식...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